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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un 08. 2024

토마토주스와 새우감바스


 "원장선생님! 지금 어린이집에 계세요?"

2시간 전에 퇴근한 교사에게 전화가 왔다.

"네, 선생님, 지금 막 어린이집 현관문을 잠그고 나왔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라고 본능적으로 물었다.

"제가 퇴근하기 전까 원장선생님께서 사무실에 계신 걸 보고 나왔는데 식사를 안 하고 계실 것 같아서요.

방금 친정엄마께서 집에서 토마토 주스를 만들었거든요. 지금 원장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려고요."라고 하였다.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교사였다.

동고동락하면서 나는 그녀의 직장상사로서 17년 동안 같이 지냈다.

대학 졸업 후 우리 어린이집에 초임교사로 입사해 근무하면서 남자친구도 만났고,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고, 큰 아이는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그녀의 친정부모님도 같은 아파트 단지  어린이집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살고 계신다.

일하는 딸을 위해서 친정어머니께서 그녀의 아이  모두 키워주셨다.


 그녀 가끔 원장선생님이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글을 쓰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브런치에 기고하는 내 글의 오타도 잘 찾아내 주었다.

어쩌다가 늦은 밤, 어린이집에 불이 켜져 있으면 전화해서 원장선생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집에서 저녁으로 먹었던 밥이지만 정성스럽게 다시 차려서 계란프라이 한 개라도 더 만들어 린이집으로 가지고 내려온다.

굶지 말고 식사하면서 일하라고 밥을 챙겨다 다.

오늘도 원장선생님은 본인이 퇴근하기 전까지 일하고 계셨고,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불이 켜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직 원장선생님이 퇴근 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가 퇴근해 보니 친정엄마께서 주말농장에서 토마토를 잔뜩 따와서 한솥 끓여 주스를 만들고 계셨다.

완성된 토마토주스를 보면서 원장선생님이 떠올랐고, 아직 퇴근하지 않고 계실 원장선생님께 가져다주고 싶었을 것이다.



 퇴근하려고 지금 현관문을 잠그고 계단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그녀는 집에 가서 드시라고 하면서 직접 만든 토마토주스를 지하주차장까지 가지고 와서 건네주고 갔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내가 무척 좋은 원장선생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천만의 만만의 콩떡이다.

난 엄할 땐 눈물이 쏙 빠지도록 엄청 엄하게 야단치고, 잘해줄 때는 살갑게 잘해 준다.

어떤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토마토주스 한 잔을 유리잔에  따라서 마셔 보았다. 

토마토 특유의 신선한 맛이 있었다.

늦은 시간 체육관에서 운동을 끝낸 아들은 전화로 엄마의 부재 여부를 물었다.

퇴근해서 집에 있는 엄마를 확인하고 나더니 배가 많이 고프다고 다.

나는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냉동실에 있는 새우살과 토마토주스를 용해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토마토주스를 넣어 '새우감바스'만들어 보기로 했다.


 버터를 녹이고, 올리브유를 1:1로 넣고, 아스파라거스와 으깬 마늘을 넣어 끓인 후 라면수프 조금 넣어 뭉근히 끓여주니 고소한 냄새가 났다.

칵테일 새우에 간을 하고 후추를 뿌린  잠깐동안 간이 배게 놓아두었다가 끓여놓은 소스에 넣고 약한 불로 졸였다.

방울토마토 대신 토마토주스를 넣어 다시 한소끔 끓여냈다.



 접시에 '새우감바스'담아낸 후 파슬리 가루와 말린 슬라이스 오렌지로 데코레이션을 다.

절인 올리브와 베이글을 구워서 저녁 식탁을 렸다.

아들은 두 접시의 새우감바스와 토마토주스 두 잔, 베이글 개를 먹었다.

정성이 담긴 신선한 토마토주스 덕분에 훌륭한 저녁 한 끼를 해결하였다.



 2주 동안 직무교육과 원장연수를 연속으로 실시하면서 운동은 안 하고, 움직임은 적고, 먹는 양은 많았.

덕분에 늘어나는 뱃살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뱃살을 줄여야 하는데 세상에는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과식하게 된다.

허리에 점점 두꺼운 튜브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부터 먹는 양을 줄이기로 했는데 토마토주스 덕분에 또 실패했다.

다이어트는 굶는 게 방법이다.

내일부터 다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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