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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un 10. 2024

안티고네를 생각하면서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번 학기 컬러마케팅 종강수업을 하기 위해 빗속을 뚫고서 학교를 향했다.

비가 세차게 내려도 삼십여 명의 학생들은 거의 출석을 하였고 마지막 시간까지 즐겁게 수업을 하고, 다음학기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모두 긴 방학의 잠행을 즐기기로 하였다.


 저녁시간 친구들과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취향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안티고네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약속이 되어 어서 강의를 마치고 곧장 집에 가서 차를 놔두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 하차하였다.

립현대미술관 옆에 있는 취향공간 '쿼드'를 찾아갔다.

미진 골목 안에 위치하여 건물 외관은 보이는데 입구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찾는 시간은 걸렸지만 입구에서부터 마음에 쏙 드는 인테리어였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친구들과 카페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옥상에 올라가서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여름 해가 길어져서 저녁 6시가 되어가도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무더웠다.

와인과 함께하는 공간대관 모임터인 쿼드는 가구인테리어를 하시는 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음악을 즐기면서, 와인도 마시고,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뷔페식 음식과 와인을 마시면서 세미나에서 다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세미나 시간이 다 되어 자리에 앉아있으려니 책상 위에 책 한 권과 볼펜이 놓여있었다.

제목이 '오이디푸스 왕'이었다.

세미나에 관한 인포메이션을 숙지하지 못한 채 왔기 때문에 책만 보고서는 난감했다.

새물결출판사의 조용춘 대표님의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안티고네에 관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안티고네는 그리스신화 속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딸'이었다.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면 안티고네는 조국을 배신하고서 죽은 자들은 매장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국왕 크레온의 명령을 어긴다.

전쟁터에서 죽은 오빠 '폴리네이케스' 의 시체에 모래를 뿌리고 장례를 치러 매장하면서 국왕이 정한 규정을 어겨서 죽임당했다는 내용이다.

안티고네는 죽은 가족을 매장하는 것은 신들이 정해놓은 신성한 의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안티고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계도가 필요했다.

그녀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아들, 오이디푸스 왕이 생모였던 이오카스테와 근친상간을 통해서 낳은 네 명의 자식 중 하나였다.

그녀에게는 두 명의 오빠 폴리네 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와 여동생 이스메네가 있었다.

신화 속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해하게 되고, 자기 친모인 줄도 모르고 라이오스의 왕비였던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하였다.

뒤늦게 예언자였던 '테이레시아스'의 신탁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자기 눈을 도려낸다.

이후에 친모였던 이오카스테도 목을 매어 자살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만들어낸 대목이다.


 안티고네는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 오이디푸스왕이 장님이 되어 테베에서 추방되자 아버지의 길 안내자가 되어 신탁에 라 오이디푸스가 최후를 맞이할 운명의 땅이었던 아티카의 '콜로노스'까지 함께 떠돌아다녔다.

오이디푸스왕이 갑자기 테베를 떠나자 그의 두 아들은 서로 왕을 하겠다고 왕위를 놓고 다툼이 일어났다.

콜로노스에서 예언대로 오이디푸스가 죽자 안티고네는 두 오빠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테베로 돌아온다.

돌아간 그곳에서는 두 오빠인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위를 놓고 싸우는 중이었고, 두 오빠를 화해시키려고 애써보았지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티고네의 오빠 에테오클레스에 의해 테베에서 쫓겨난 폴리네 이케스는 아르고스의 군대를 이끌고 다시 돌아와서 테베를 공격하면서 전쟁을 일으킨다.

결국 두 형제가 결투를 벌이면서 서로를 죽인 뒤 끝이 났다.


그림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에테오클레스의 어린 아들 라오다마스를 대신하여 테베의 섭정으로 안티고네가 올랐갔지만 국 왕위는 외삼촌인 '크레온'에게 돌아갔다.

외삼촌인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를 위해서만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주었다.

그에 반해  폴리네이케스는 타국의 군대를 이끌고 내전을 일으킨 반역자로 규정하면서 매장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짐승의 밥이 되도록 방치하였다.

그리고 그의 시신을 거두는 자에게는 사형을 내리도록 하였다.

 안티고네는 여동생 이스메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왕이었던 외삼촌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면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폴뤼네이케스의 시체를 묻어주었다.

국왕 크레온은 괘씸히 여겨 안티고네를 굶어 죽도록 산 채로 무덤에 가두게 하였다.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이었던 하이몬은 아버지에게 안티고네의 행동을 변호하며 그녀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예언자였던 테이레시아스가 말려도 듣지 않았다.

테이레시아스는 나라에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죽은 자는 무덤에 매장하고, 산 자는 지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안티고네/ 프레데릭 레이턴, 1882년, 개인 소장      출처: Wikimedia

 안티고네는 굶어 죽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생 이스메네는 언니의 죽음으로 자살하였다는 설도 있고, 살아남아 허망하게 여기며 어디론가 떠났다고도 했다.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은 안티고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안티고네의 시신 앞에서 자살을 하였다.

그러나 하이몬의 어머니이자 크레온의 아내인 에우뤼디케는 이미 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었고 다시 막내아들인 하이몬 마저 잃자 남편을 저주하며 자살을 한다.

조카들의 연이은 자살과 아들과 아내마저 잃은 국왕 크레온도 점점 쇠잔해져 간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한 단원만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안티고네 한 명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내용이 너무 방대하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안티고네를 통해서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두렵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인간적인 무게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도 가상하고,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불행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자 하는 안티고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아직도 가물가물 하지만 정리하다 보니 가계도가 좀 또렷해진다.

강의를 들을 때는 어렵기만 했다.

대체 저 강사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는 것은 많아 보이는데 학습자들을 봐 가면서 해주시지......

암튼 정리를 하다 보니 안티고네가 이해가 되었고.

모처에서 수많은 젊은 안티고네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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