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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비싼 밥 먹었어?

by 남궁인숙

지인과 점심을 먹는데 지난주에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만나러 지방에 다녀왔다고 하였다.

막내딸인데도 집안의 가장인 것처럼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께 매월 주기적으로 살펴보러 다녀온다고 했다.

다른 형제들도 많이 있지만 다른 형제자매들은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보살피러 다니지 않는다고 하였다.

요양원에 장기로 계시면 가족들은 등한시하게 되고,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를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고 하였다.

하루 월차를 내고 어머니의 병원 종합검진도 해드릴 겸 어머니가 계시는 지방의 요양원까지 두어 시간을 운전해서 갔더니 어머니는 반가워하셨다.

어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우리 딸! 비싼 밥 먹었어?"라고 물으시면서 '비싼 밥, 맛있는 밥 사 먹어라'라고 하셨다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참고 살지 마라.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아라"라고 하셨다고 한다.

치매는 아니지만 가끔 제정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서 어떤 심정으로 이런 말을 하였는지 알 수는 없다고 하였다.

당신이 지나 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아끼고 절약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 한 번 제대로 못 먹고 자식들 뒷바라지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싼 밥, 맛있는 밥도 사 먹고 싶었지만 자식들 생각하면서 참았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자식들 생각해서 못했을 것이다.

그런 딸자식 앞에서 당신 딸은 하고 싶은 일을 다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먹을 수 있고, 비싼 음식도 척척 사 먹으라고 당부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인과 대화를 하다 보니 돌아가신 지 30년도 넘은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시골집에 갔다가 주말을 지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신작로에서 엄마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택시를 불러 세우고 꼭 택시를 타고 가게 했다.

집 안에서 이미 용돈을 받았는데도 길거리에서 당신 주머니를 뒤지면서 마지막 남은 쌈짓돈까지 꺼내어 용돈을 더 주곤 하였다.

주어도 주어도 자식들에게는 더 주고 싶은 게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제는 불러도 소용없는 '엄마'라는 단어!


지인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도 어쩌다가 뵈러 갈 수 있는 어머니가 계셔서 좋겠다.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살아계셔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께서 당신 딸에게 비싼 밥을 먹고 다니라고 할 수 있는 정신만 있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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