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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안 가는데요?

by 남궁인숙

퇴근하려는데 사무실 책상 위에 다 마신 커피의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빨대가 꽂힌 채로 '왜 하필이면 내 눈에 띄는 걸까?'

사무실 책상 위 모니터 옆에 누군가 다 먹고 난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커피 찌꺼기가 말라비틀어진걸 보니 꽤 오랫동안 빈 컵이 그대로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휴게시간에 누군가 마시고 잊고서 교실로 들어갔다가 치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때가 되면 누군가 치워주려니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퇴근하려다 말고, 누가 마신 컵인지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냥 원장선생님이 물어보았으면 말없이 누가 마셨던지 분리수거통에 가져다 놓으면 될 것 같은데,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결국 내가 분리수거통에 가져다 놓았다.

우리 어린이집 사무실의 현상뿐만 아니라 요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개인의 도덕적인 차원에서 봐야 할지, 아니면 사회적인 차원에서 봐야 할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모든 일에는 업무가 분장되어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업무를 찾기 이전에 가장 근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내 일이 아닌데요?"라고 하거나 "우리 부서 일 아닌데요?"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햄버거 좀 사 오라고 시키면, 정색하면서 "난 맥도널드 안 가는데요?"라고 한다고 하더라.

남의 일을 다른 사람한테 절대로 시키면 안 될 것 같은 대답이다.

남의 일을 시키는 사람을 개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공동의 업무가 생기기 마련이다.

직무역할 외의 행동, 업무 외의 행동, 조직의 공식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어쩔 수없이 소속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들이 부지기수로 놓여있다.

전문용어로 우리는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라고 부른다.


주말을 이용하여 2학기 새로운 프로그램과 원운영을 위한 '교직원 워크숍'을 기획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요일은 자기들 쉬는 날인데 굳이 워크숍에 참석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라고 하였다.

워크숍을 통해서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한 경험도 하면서 문제 해결력 등 개인적 성장을 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애매한 업무가 주어졌을 때 '그건 내 일이 아닌데요?'라고 반문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자기 일이 무엇인지 역할 인식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워크숍은 내 일이 아닌데요?"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업무분장표에 나열된 업무만 빠짐없이 수행하면서 내 업무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동료들의 만족도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일들은 조직시민으로서 행동할 자세가 되어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월례회의를 마치고 구청 주차장에서 나오면서 뒤차의 주차요금을 내주고 통과했다면, 그다음 차주 또한 다음 차의 주차요금을 내줄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일은 처음 한 번이 어려울 것이다.

"난 맥도널드 안 가는데요?"라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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