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기약 없이 가던 길을 떠나며, 9월 첫 주의 출근길은 제법 선선하였다.
어린이집에 들어서니 커피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책상 위에는 커피와 오란다 과자가 놓여있었다.
누군가 출근하면서 커피를 사다 놓은 것 같다.
커피 향기를 맡으면서 기분 좋게 컴퓨터를 켰다.
조금 있으니 매미선생님이 투박하게 구겨진 하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원장님! 어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서 드려요."
" 제 친구가 비누를 만드는데 천연 바디제품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텐데 묵은 때 다 벗겨내세요.."
"아! 그리고 커피는 제가 사다 놓았어요. 어제 유익한 말씀 감사했습니다."라고 하였다.
꽤나 오래전에 선물 받은 것처럼 보이는 종이봉투 안에 든 비누.......
나는 웃음이 나왔다.
매미선생님이 지난주 연차 휴가를 간 사이에 많은 에피소드가 매미반 교실 안에서 일어났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이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터라 어제 퇴근 전에 매미선생님과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 상담을 했었다.
상담을 받고 나서 매미선생님은 원장선생님께 비누를 선물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어린이집에서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도 매일매일이 새롭다.
늘 새로운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며칠 동안 입안에는 혓바늘이 돋아서 없어지질 않는다.
이것도 스트레스에 기인한 현상이다.
나는 어떠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의연하게 대처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잔걱정들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이번 일들을 겪으면서 24년 동안 소명으로 여기면서 재미있게 해 온 나의 직업관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나에게 이렇게 무례했던 학부모가 있었던가?'
그동안 내가 너무 순탄하게 일을 해 왔던 것쯤으로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건 아니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교직원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애 봐준 공이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기에 교직원들을 향한 야속한 말이 들리면 무척 속상해진다.
00 이가 유모차를 타고서 어린이집에 도착하였다.
이제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여 더욱 귀엽고 예쁜 짓을 많이 한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가끔 시크하기도 하고, 고집도 부리지만 귀여우니까 그저 예쁘게만 봐준다.
매일 00이 엄마는 아이를 아주 깔끔하고 예쁘게 입혀서 등원을 시킨다.
00 이는 어린이집의 패셔니스타로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
아이를 저렇게 예쁘게 꾸며서 등원시키려면 엄마가 부지런해야 한다.
예쁘게 꾸며서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을 보면서 항상 남의 귀한 자식, 더 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00 이 엄마는 귀감이 된다.
나는 오늘 00 이를 보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은 겨우 '엄~마'라고 말하는 수준이지만 곧 "원장선생님"하고 말하면서 달려올 것이다.
너무 귀여워서 멈추지 않는 아이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계속 놀러 본다.
이런 사소한 행위는 교직원들이 힐링하는 방법이다.
아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