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새작가 Sep 04. 2024

당신이 최고!

 오후에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경력원장교육'을 듣고 어린이집으로 돌아왔다.

외부에서 강의가 있는 날은 교육을 받고 난 후 어린이집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강사가 하는 말 중에서 원장선생님들은 교직원들에게 교육받고 온 '' 좀 내지 말라고 했지만 주옥같은 강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 가보니 교직원들은 퇴근을 하였고 연장반 교사만 남아있었다.

교육받은 내용들을 정리하고 내일 있을 교직원회의 안건들을 써내려 갔다.

문득 어린이집 장을 참 오랫동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들었던 교육 내용 중에 '매너'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교직원 회의를 할 때마다 읊어댔던 매너법들이었다.

목소리, 표정, 시선, 대화법 등 등 다시 적어보아도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가 없는 것들이다.

소풍지에서 무릎을 꿇고서 아이와 눈 마주침을 하고 대화를 나누던 교사의 모습을 본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그 모습에 반해서 며느리를 삼았던 일화를 우리 교직원들은 귀에 딱지가 앉았을 만큼 들었다.


 아이들이 하원하고 나면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묻지 않아도, 또 말하지 않아도 퇴근 무렵 파김치가 되어있는 교직원들의 표정에서 오늘 하루는 별의별 일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교직원들에게 '많이 힘들었겠구나!' 이 한마디 해 주는 일이 그렇게 힘들었던가를 생각해 본다.

회의 도중에 바깥놀이 때나 보육실에서 안전사고 나지 않도록 늘 노심초사하면서 아이들 돌보는데 장병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사소한 유아들의 다툼에는 진짜 경기(驚氣)가 날 지경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유아들의 다툼이 학부모간의 다툼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교직원들 간 영유아와 상호작용 시 교사가 사용하는 어투에 대한 이야기로 논의가 계속되었다.

아무리 상냥하게 대하려고 해도 놀이터에서 위험하게 장난을 치면서 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엄한 말투가 된다고 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모두가 힘들다고 하였다.

"너도 힘들었구나..... 그런데 나도 힘들다....."

마지막 결론은 '모두가 힘들다'였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다시 내일을 준비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회의하느라 먹지 못한 말라버린 딱딱한 피자 한 조각씩 입에 물고서 회의를 마쳤다.


 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퇴근을 서둘렀다.

토목회사 이사로 재직 중인 친구 사무실에서 모임이 있었다.

처음 가 본 친구의 사무실은 마치 카페처럼 한쪽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것이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하였고, 회사에서는 최우수 도서시설로 수상까지 하였다.

수많은 화초와 커다란 테이블, 안락한 의자, 아름다운 화장실 등 평소에 생각해 본 사무실 답지 않게 아주 아름다운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아! 부럽다. 나도 이런 일 하고 싶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나와는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밖으로 나오면 정글이야. 하던 일 하는 게 제일 좋아."라고 하였다.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직장생활의 어려움, 직원관리, 고객관리 등 다양한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는 중에 핸드폰에서 '당신이 최고!'라는 이모티콘과 함께 커피선물 메시지가 들어왔다.



 언제나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꾸밀 줄 아시는 우리 원장님을 존경했습니다.

제가 늘 존경하고 있었던걸 잊어버리고 있었던 요즘, 함부로  말하시는 학부모님 덕분에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TT

힘내세요~!^^

늘 당당하시고 예쁜 원장님이 좋아요!

나이는 많아지셔도 늙지는 마세요!

늘 감사합니다.

원장님~^^

늘 당신 편입니다.

고덕역 현대아파트 앞에 차 세우기 좋고 책 읽기도 좋아요.

투썸에서 당 충전하세요!!

저도 자꾸 눈물이 나요~TT

걱정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교직원 회의시간에 한 학기를 돌아보면서 잘된 점, 부족한 점 등 교실 안에서 학부모와의 어려운 상황, 영유아 간의 분쟁에 대한 고민도 들어보고, 다양한 문제상황들에 대해 의견들을 나누었다.

또한 2학기 운영상황들을 점검해 보면서 다시 한번 어린이집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교직원 회의를 마쳤다.

회의 시간에 나의 허무한 표정을 읽었던 교사는 허투루 보지 않고 원장선생님께 기운 내라고 보내온 문자였다.

'이런 맛에 원장선생님 하는가 보다!'

문자를 읽으면서 친구들 앞에서 내 어깨는 사무실 천정을 뚫었다.

좀 전까지 풀 죽어서 친구들에게 일을 때려치워야겠다고 했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