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에 수녀님들을 만났다.
휴일을 맞이하여 수녀님들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다.
전문가용 카메라를 메고 있는 등산객에게 휴대폰을 건네면서 단체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면서 소녀처럼 수줍게 미소 짓는 수녀님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맨발 걷기를 하다가 맨발로 사진을 찍는 게 계면쩍은 지 다시 양말을 신겠다고 하고, 등산모를 썼다고 벗어야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지나가던 나는 참견하면서 맨발로 그냥 찍어도 자연스럽다고 말해주었다.
수녀님들의 사진 찍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미소 띤 하얀 얼굴이 교복을 입고 있는 앳된 여학생들처럼 명랑하게 느껴졌다.
수녀님들은 대체적으로 일상생활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도 그녀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고생 같은 미소가 남아있었다.
기도 안에서 살면서 어린아이 미소를 잃지 않은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속세에 찌든 나는 머리카락의 나이테가 점점 짙어지는 계절로 들어섰다.
'나에게도 수녀님들처럼 앳됨이 아직 남아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고개를 가로지으면서 산길을 올라갔다.
수녀님들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음에 친근함이 느껴졌다.
명상, 기도, 독서, 산책 등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다른 수녀님들과 만나서 등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대화하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것 같다.
그녀들도 일상생활의 평화로운 환경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등산길에 올랐을 것 같은 그녀들을 뒤로하고 기분 좋은 산행을 계속하였다.
가을 하늘은 아직 여름의 여운이 많이 남아있는지 한여름의 중턱에서 머물러있었다.
습도가 높아 체감기온이 훨씬 높은 날씨로 폭염경보가 발령 중이다.
땀이 귓불을 타고 뚝 뚝 떨어졌다.
때 이른 고추잠자리가 미간 앞에서 맴맴 돌며 귀찮게 했다.
"얘들아! 가을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