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무겁게 내려오는 눈꺼풀과 씨름하며 억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카톡'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
문자는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듣는 대학원 학생에게서 온 것이었다.
'교수님 죄송해요 저 오늘 수업 못 갈 것 같습니다.
목요일부터 열이 났고 지금까지도 몸이 아팠어요.
오늘 일어나서 상황을 보고 좀 나아지면 수업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조금 힘들었어요.
아파서 수업에 못 올 수도 있고, 어쩌면 가더라도 좀 늦을 수 있어요.'
라는 내용이었다.
외국인 학생이라 어눌한 한국어로 글을 썼고, 마치 증거라도 보여주려는 듯 체온계와 복용한 약들을 사진으로 찍어 함께 보내왔다.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것 같았다.
사진에는 체온을 재고 있는 '체온계'와 약국에서 구입한 '종합감기약'이 함께 찍혀 있었다.
'알았어요, 몸조리 잘해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나니, 문득 나도 좀 아프다고 말하며 이대로 침대 속에 그대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호강에 밥 말아먹는 생각은 그만두고, 이불을 걷어차며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푸 푸" "푸 풋" 요란하게 세수를 마친 후, 얼굴에 콜라겐 마스크팩을 붙이고 수분을 충전했다.
그리고 끓는 물에 달걀 두 알을 삶았다.
어제 사다 둔 설렁탕을 데우고,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때울까 하다가, 결국 설렁탕 한 그릇도 곁들여 후다닥 아침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 후, 내려진 커피를 텀블러에 담았다.
커피를 챙겨가는 이유는 요즘 환절기라서, 넓은 강의실이 대체로 쌀쌀했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가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이면, 추위가 사라지면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학교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차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알고 보니 인근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입학 설명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출산율이 줄어들어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입시 경쟁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야금야금 흘러가며,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仁)·의(義)·예(禮)·지(智)'를 실천하는 학문의 전당에서 젊은 학생들로부터 활기를 얻으며, 젊음을 수혈받는 듯한 기분 좋은 토요일이다.
즐거운 기대감을 안고 강의실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콩새작가님!"
계단을 오르던 중,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내일은 일요일이니 푹 쉴 수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은 가벼워졌고, 발걸음도 한결 경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