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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Nov 18. 2024

꽃 핀 복숭아나무


네덜란드로 향하며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그 유명한 고흐 박물관이었다. 

출국 한 달 전에 미리 예약해 둔 티켓 덕분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긴 대기 줄을 지나 바로 티켓을 제시하면서 박물관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고흐 박물관은 평소 책으로만 보아왔던 그의 대표작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꽃 핀 복숭아나무' 시리즈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작품 속에 머물렀다. 

이 시리즈는 고흐가 일본 미술에서 받은 영감과 자연을 향한 그의 독창적인 애정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으로, 특히 마음 깊이 와닿았다.


1888년, 따뜻한 봄날의 아를에서 고흐는 만개한 복숭아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는 일본 목판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꽃이 핀 나무' 장면을 떠올리며, 일본풍의 화법을 따라 그리기 위해 과수원의 복숭아나무들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밝고 강렬한 색채 대비를 통해 봄의 화사한 에너지를 극대화하며, 복숭아꽃의 분홍색과 하늘의 푸른색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뚜렷하게 대비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특히 고흐의 '꽃 핀 복숭아나무' 시리즈는 그의 감정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굵은 붓질로 꽃잎과 나무의 질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며 느꼈던 희망과 생명의 기운을 화폭에 담아낸 고흐의 고백과도 같다.

고흐는 복숭아나무뿐만 아니라 해바라기, 아이리스, 아몬드 꽃 등 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들을 즐겨 그렸다. 

그는 자연의 찬란한 아름다움과 덧없는 생명의 순환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깃든 희망, 갈망, 그리고 치열한 투쟁을 화폭 위에 섬세하게 승화시켰다. 

'꽃 핀 복숭아나무'는 그의 예술적 탐구와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엿볼 수 있는 빛나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존경하던 화가 안톤 모브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 복숭아나무가 꽃핀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작품 왼쪽 하단에 'Souvenir de Mauve'라는 문구를 남기며 모브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도를 표현했다.

이 그림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고흐의 내면세계와 예술적 탐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 그림을 동생 테오에게 소개하며, “내가 그린 풍경화 중 아마도 가장 잘된 작품이 될 거야”라는 자부심 어린 말을 남겼다.

그러나 생활비와 물감 구입비를 지원해 주는 테오에게는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내며 “너무 많은 물감을 써서 낭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꽃 핀 복숭아나무는 예술적 열정과 현실적 고민이 맞닿아 있는 고흐의 진솔한 순간을 담고 있다.


꽃 핀 복숭아나무 / 고흐 박물관/ 1888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의 고흐 박물관에서 유독 눈길을 끌어 직접 사진으로 담아온 것이다. 

고흐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예술적 야망, 그리고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꽃 핀 복숭아나무' 시리즈에서 고흐는 노란색을 주요 색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봄의 화사함과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분홍색과 흰색을 주조로 삼았다. 

복숭아꽃의 꽃잎을 그릴 때는 흰색과 분홍색을 조화롭게 섞어, 만개한 꽃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배경의 하늘과 물빛은 푸른색으로 그려져, 꽃잎의 분홍과 흰색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었고, 나무의 줄기와 땅, 잔디는 초록색과 갈색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노란색은 이 작품에서 주로 햇빛이나 빛의 반사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약간만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나 하늘에 살짝 더해진 노란 붓질은 밝은 빛이 스며드는 느낌을 주었지만, 작품 전체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고흐에게 노란색은 햇빛, 희망,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었지만, '꽃 핀 복숭아나무'에서는 봄의 생동감과 일본풍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색조에 더 집중했다. 

이 작품은 분홍색, 푸른색, 흰색, 녹색이 어우러지며 봄날의 생기와 자연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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