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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Dec 11. 2024

옥씨부인전

"고맙다. 고마워.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대사가 절절한 감정을 담아내며 배우의 깊은 목소리가 유튜브 쇼츠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여운을 잊을 수 없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몰아보기'를 시작했는데, 바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옥부인전’이었다.

‘옥씨부인전’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모든 것이 가짜인 외지부 옥태영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거는 예인 천승휘가 주축이 된 생존 사기극이다.

주인공 옥태영은 노비 출신이지만, 우연한 계기로 양반가의 아씨로 살아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얽히며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옥부인전'은 프랑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르틴 게르의 귀환'(The Return of Martin Guerre)과 조선 시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백사 이항복의 소설 '유연전'(柳淵傳)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모두 '정체성'과 '진실'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두 작품은 각각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 드라마 '옥부인전'에서 재해석되어 새롭게 구현되었다.

마르틴 게르의 귀환은 16세기 프랑스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농부 마르틴 게르가 집을 떠난 지 몇 년 후, 자신이 마르틴 게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그의 아내와 함께 마을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남자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법정 싸움으로 비화되고, 결국 진짜 마르틴 게르가 나타나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이 사건은 정체성과 진실, 사회적 관계와 법률의 충돌을 깊이 있게 다루며, 프랑스 법률가 쟝 드 코라스(Jean de Coras)에 의해 기록되어 후대의 문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에 영감을 제공했다.


한편, 백사 이항복의 유연전은 조선 선조 시대로 배경을 옮겨간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편이 행방불명된 여자가 남편을 사칭하는 가짜를 만나면서 펼쳐진다.

이 사건을 통해 백사 이항복은 인간의 본성과 당대 사회의 제약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조선 시대의 사회적 문제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드라마 '씨부인전'은 마르틴 게르의 귀환과 유연전을 창의적으로 결합하여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정체성, 사랑, 생존을 둘러싼 사기극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두 이야기의 핵심 주제를 조선의 문화적 맥락 속에 녹여내며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었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은 옥태영(임지연 분)이다.

노비 출신인 그녀는 신분을 속이고 양반가의 아씨(옥태영)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 자체로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다.

천승휘(추영우 분)는 진실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옥태영을 돕는 전기수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정체성을 숨겨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시대적 비극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조명한다.

'옥 씨 부인전'은 마르틴 게르의 '귀환'과 '유연전'의 주요 테마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정체성의 유동성과 진실의 가치를 탐구하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서사를 창출해 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마르틴 게르 사건은 개인의 정체성과 기억, 진실을 둘러싼 심리적·사회적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건은 여전히 다양한 예술 작품과 학문적 연구에서 영감을 주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옥 씨 부인전은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생존, 사랑을 둘러싼 서사를 풍부하게 엮어낸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씨부인을 연기한 배우 '김미숙'이 극 중에서 전한 "고맙다, 고마워.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대사는 단순한 대사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이 말은 상대방(손녀딸)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와, 힘겨운 시간을 버텨내고 살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다.

이 대사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연대와 공감을 표현하며, 극 중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고 관객들에게도 삶의 의미와 위로를 되새기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했다.

드라마 '씨부인전'에서 '씨부인'이 구덕이(임지연 분)를 껴안으며 "너라도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사위와 손녀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던 한씨부인이, 손녀딸로 여겼던 구덕이가 깨어나자 그녀를 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이 대사는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와 생존 자체에 대한 깊은 감사를 담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사위의 죽음으로 절망하던 한씨부인이 외손녀딸의 생존을 통해 위로를 받는 장면은 인물 간의 관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삶의 소중함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했다.

이러한 진심 어린 표현은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빚어낸 결과로, 그야말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시대적 인물을 재현하며 맡은 역할에 완벽히 몰입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한 가지에 집중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특히, 성공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교훈을 주는 것 같다.

한 우물을 파며 한 분야에 집중할 때, 깊은 지식과 기술을 쌓아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꾸준한 노력과 집중의 가치는 삶과 일의 모든 영역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 가지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꾸준함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시대 속에서도 적응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제공한다.

 역사 속 위인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우물'을 깊이 파며 결국 그곳에서 물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삶의 지침이 된다.

꾸준함은 시대를 초월해 변치 않는 진리이며,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성공의 원리라 할 수 있다.

한 우물을 파는 인생을 사는 일, 쉽지 않은 것 같다.


 

 정년퇴직을 약 5년 앞둔 지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시기이다.

요즘 들어 나의 남은 시간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드라마 속 원로 배우의 울림 있는 연기가 내게 큰 여운을 남겼다.

 그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삶의 경험과 연륜이 녹아든 메시지를 전달하며, 내게도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연기를 보며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성숙한 내면과 진정성을 통해 주변에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 역시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보내야 할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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