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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제공 아파트

by 남궁인숙


오후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하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아침에 읽은 신문에 새로 짓는 아파트 분양광고 '아침식사 제공'이라고 써놓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입주민들에게 요즘 대세인 최고의 케이터링 회사의 아침식사를 제공한다고 한다.

최근에 짓는 아파트들은 단지 안에서 대부분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과연 얼마나 편리할지 궁금했다.

순간적으로 그 광고에 현혹되어 시간을 내어 이곳 모델하우스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모델하우스 안내데스크에 도착하니 입구에는 친절한 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보이며 간단한 방문 절차를 마치자, 전문분양상담사 남녀 두 명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현관으로 나왔다.

보기에 이들은 한 팀인 것 같다.

준비된 상담 장소까지 걸어가는데, 이곳에 상담받기 위해 온 고객처럼 보이도록 테이블마다 손님을 가장한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내 눈에 그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모델하우스에서는 가장 먼저 '건물 조감도'가 눈에 띄었다.

3D 이미지를 통해 건물의 규모, 디자인,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높은 층의 팬트하우스부터 중간층에는 공원과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할 것이며, 슬리퍼만 신고서 이마트, 백화점, 영화관, 수영장, 빙상장, 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을 오갈 수 있을 만큼 모든 시설들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하주차장과 지하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걱정 없이 슬리퍼만 신고서 외출하면서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이른바 이곳은 '슬세권' 아파트였다.


분양 담당자가 소개해준 아파트 내부는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거실은 넓었고, 창문을 열면 한강과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4 베이 구조였다.

스마트 시스템으로 밖에서도 집 안의 온도, 조명, 에어컨, 밥솥, 전자레인지 등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는 AI 로봇이 짐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져다주는 시스템도 있고, 케이터링서비스가 잘 갖춰져 식사도 제공한다.

대충 들어도 아파트 안에서 모든 생활이 해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들뜬 목소리로 "이 아파트는 정말 모든 게 가까운 거리에 있네요. 학교, 마트, 백화점, 병원, 심지어 피트니스까지, "라고 말했다.

분양팀이 내 목소리만 들으면, 이 고객님은 서 너 개쯤 분양받을 것 같을 것이다.

담당자는 웃으면서 "맞아요, 이제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편의시설을 아파트 안에 배치한대요."라고 내 말을 받아서 대답하였다.

그는 신축아파트의 최고의 장점으로는 아파트 단지 내의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슬세권' 개념이 바로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 세상에서 집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아파트라고 하니, 나는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10% 계약금만 내면, 60%는 은행에서 대출을 지원하여 중도금을 내주고, 잔금 30%는 입주 시에 납부하면 됩니다."라고 담당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갭투자에 대해 설명했다.

"잔금 30%는 입주 시에 납부하면 되는데 그때는 전세나 월세를 놓으면 해결됩니다."라고 설명하며, 또한, 아파트가 몇 년 뒤 '10억 이상의 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꽤 솔깃한 제안이었다.


나는 불로소득이 생긴다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떠올랐다.

금리와 주택 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요즘엔 더욱 건축 불경기) 아무리 전망이 밝다고 해도, 결국 그 가치는 내 손에 쥐어진 현실에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0억 이상'이라는 숫자는 분명 큰 유혹이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해야 했다.

집이라는 자산으로서 가치가 상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집을 구매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돈과 시간이 내 생활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 보았다.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으나 예상할 수 없는 재정적인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장 지금의 조건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 후 몇 년간 계속해서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부담은 어떻게 될까?'

현재의 경제적 여건과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점검해야 했다.



'계속해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게다가 이자와 원금을 갚아가며 살아야 할 만큼, 이런 좋은 집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현혹되어 빠져드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분양 담당자는 계속해서 계약을 서두르며 다양한 혜택을 강조했다.

듣다 보니 그런 설명들이 점점 나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대가로 무엇을 잃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순간,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물질적 여유보다, 장기적으로 안정된 재정 계획과 균형 잡힌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브로셔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이래서 나는 눈먼 돈을 벌어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집이 아니라, 평화롭고 여유 있는 마음과 현실적인 재정 상황이었다.

나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내 인생을 맡기기보다는, 내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파트가 10억 이상의 가치가 생긴다고 해도, 내 삶의 만족도와 행복은 금전적 가치로만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경제적 안정과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다시 세워보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한편으로는 '아침 식사 제공'이라는 광고에 너무 쉽게 설득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진정한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광고 너머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총총히 돌아왔다.

'자유로운 마음과 평안한 삶'이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게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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