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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교사 적응기

by 남궁인숙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어린이집에 입사한 신입교사가 있다.

3월 개학 후 열흘정도 직장생활을 한 상황에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커다란 눈망울로 눈물을 흘리며 고충을 이야기하였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허리 디스크라면서 일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직장생활 중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냥 허심탄회하게 엄마한테 투정 부리듯이 고민을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아이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했다.

그녀는 12개월 이후에서 24개월 사이의 영아 다섯 명을 돌본다.

물론 옆에서 보조해 주는 선생님이 계시지만, 신입교사가 처음 교사생활을 하면서 영아들을 돌보기에는 버거웠을 것이다.

명은 기존에 적응하여 다니던 아이들이고, 명은 신입 영아들이었다.

영아들 간 월령 차이도 많아서 적응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중 한 명은 매일 엄마와 떨어질 때마다 적응 못하고 많이 울었다.

또한 기존 영아들도 새로 바뀐 낯선 선생님께 쉽게 다가가지 않고 낯가림을 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신입교사는 며칠 동안 내적 갈등이 많았을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입교사로서 처음 맡은 아이들, 특히 아직 어린 한 살배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벅찰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더욱이 적응 힘든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녀도 함께 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도 부모님께는 공주처럼 대접을 받고 자랐을 텐데, 어린이집에 오니 보육교직원으로서 능숙하게 영아들의 기저귀 갈이부터 양치지도, 식사지도, 낮잠 재우기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글로만 배웠던 이론과 어린이집에서의 실제는 너무 달랐을 것이다.



"많이 힘들었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도 많고,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적응 못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도 저는 그 아이를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같이 지쳐버리는 것 같아요."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눈망울이 커서인지 흐르는 눈물의 양도 많았다.

나는 휴지를 건네며 그녀의 마음을 조금 더 위로해주고 싶었다.


"혹시 처음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모습을 기대했나요?"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밝고 활기찬 교실에서 아이들과 웃으며 노는 모습이요.

아이들이 저를 좋아하고, 저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분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저를 낯설어하고, 나한테 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저는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몸도 너무 힘들어요.

허리가 아파서 서 있는 것도 버거워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입교사라면 누구나 처음엔 힘들어요.

특히 영아들은 선생님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죠.

하지만 선생님이 지금 힘든 이유는, 그만큼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고,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녀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순간 가장 힘든 상황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말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둘 다요. 하지만... 아이들이 저를 잘 따르지 않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

"몸이 아픈 건 쉬면 나아질 수 있지만, 아이들이 저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이들은 변해요.

오늘 힘들어도, 내일은 또 다를 수 있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그리고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당장 완벽한 선생님이 될 필요는 없어요.

서서히 배워가면 돼요.

힘들면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선생님 건강도 중요하니까요."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그녀는 꽤 심각하게 많이 고민한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래도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였다.

"그래요. 선생님 생각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더 많이 생각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눈물을 닦아주고, 그녀를 교실로 돌려보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순간, 성장의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그리고 그녀도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의 Z세대들은 자기 의견이 항상 옳고, 맞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요즘 나도 심신이 지쳐 그만두고, 쉬고 싶은 속마음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 같아 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정말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거니? 아니면 허접하지만 경제적인 자유 때문이니?"


젊을 때는 버티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끝까지 견디는 것이 곧 흔해빠진 '성공의 열쇠'라고 믿고 살았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돌아보면, 쉬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왔다.

때로는 쉬고 싶어도 일을 했고, 억울해도 눈물을 삼켰고, 때로는 억지웃음도 지으며,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며, 사회적 매너를 익히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들이 성과를 이룰 때마다 늘 보람찼고 즐거웠다.


그런데 최근에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원장님! 이젠 좀 놀아도 되지 않아요?"라고.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여유 있게 살라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나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오늘 그녀에게 솔직히 얘기해주고 싶었다.

"실은, 나도 이십 대에는 일을 그만두고 자유롭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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