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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까치(The Magpie)'

by 남궁인숙

광화문 교보문고, 워캔드에서 열린 클로드 모네의 '열정과 빛으로 빚어낸 예술'을 주제로 한 도슨트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모네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로, 빛과 색채를 활용한 회화 기법을 사용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오늘 강연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와 예술적 열정, 그리고 빛을 통해 어떻게 예술적 감성을 표현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었다.

강연장에 들어서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늦은 저녁시간에 미술사 강의를 듣기 위해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라웠다.

나처럼 이들도 모네의 작품을 통해 어떤 감각적, 철학적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도슨트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까치(The Magpie)'(1868)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 작품은 모네가 그렸던 여느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그림이었다.

인상주의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겨울 풍경화였다.

모네는 이 작품에서 겨울의 눈 덮인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인상주의의 핵심 요소인 빛과 색의 변화를 강조하고자 노력하였다.

순백색의 눈이 아니라, 푸른색, 보라색, 노란색 등의 다양한 색조를 활용해 눈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표현하였으며, 빛의 밝게 따라 변하는 눈의 질감을 아주 잘 표현해 냈다.

당시 대부분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풍경을 그릴 때 겨울을 주제로 잘 그리지 않았다.

추위 속에서 풍경화의 순간을 포착을 위해 야외에서 이젤을 펼치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아주 어려운 작업일 것 같다.

손도 시릴 것이고, 물감도 얼어붙고, 그만큼 물감으로 겨울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품 속 '까치'는 당시 전통적인 아카데미 미술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방식으로, 인상주의의 특징인 자연광과 순간적인 색감의 변화를 반영하였다.

'까치'는 단순한 겨울 풍경을 넘어, 빛과 색을 통해 자연을 탐구하는 인상주의적 기법이다.

중앙에 배치된 나무 울타리와 그 위의 까치가 전반적으로 그림의 초점을 이루고 있고, 전체적인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조용한 겨울 풍경 속에서 작은 까치 한 마리를 강조함으로써,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담아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차분한 겨울 풍경 속에서 까치는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며, 정적인 배경과 대조를 이룬다.

단순한 풍경화로 보이지만, 모네가 까치를 그림의 중심 요소로 배치한 것은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도 자연의 생명력과 움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시골 겨울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모네는 그림으로 나타내어 오늘날 작품의 가치를 드높였다.

가끔 겨울 산행 길에 눈에 덮인 앙상한 가지 위에 빨갛게 익어 말라가는 감을 까치가 먹는 장면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보니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겨울 풍경화에서는 검정과 흰색으로 눈을 표현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모네는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눈의 반사광과 그림자를 세밀하게 묘사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법은 후에 인상주의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까치'는 모네가 인상주의 화풍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이전의 작품이지만, 빛과 색을 통한 자연의 재현이라는 인상주의의 핵심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프랑스 아카데미는 정통적인 기법과 역사적·신화적 주제를 선호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살롱전에 출품되었으나 거절되었다.

하지만 후대에 와서는 19세기 겨울 풍경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혹독한 겨울날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같은 그림을 수많은 이젤을 펼쳐놓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그림을 그렸을 모네를 상상해 보았다.



나는 위대한 화가가 아니다.

위대한 시인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내가 느낀 것들을

자연 연작에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그 표현의 최고조에 다다르기 위해

기존 회화의 요소와 규칙을 자주 망각했다는 사실뿐이다."


- 1926년, 모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





출처 -

Musée d'Orsay 공식 웹사이트: https://www.musee-orsay.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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