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by 남궁인숙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라는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제목이 보여주는 의미는 단순히 술에 취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술을 매개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라는 뜻이었다.

강의는 고대 그리스의 포도주 문화에서 시작해, 조선의 전통주와 사케, 위스키, 그리고 현대인의 맥주 한 잔에 이르기까지 술을 통해 흐른 시간의 맛과 사람의 온도를 이야기했다.

술은 그 자체로는 액체지만,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그것은 기억이 되고, 고백이 되고, 용기가 된다.
'술은 혼자 마시면 사색이고, 함께 마시면 위로가 된다.'

어떤 날은 찬 바람 속에 따끈한 막걸리 한 잔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이 되고,

어떤 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말없이 서로의 짐을 나누게 된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술을 아는 건, 결국 사람을 아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술잔을 사이에 두고 오간 수많은 진심과 눈빛들, 그 안에 담긴 웃음, 화해, 눈물, 다짐들.
술은 인간의 감정을 가장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술을 무조건 멀리하지도, 무턱대고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누군가와 술잔을 나눌 일이 생긴다면, 나는 그 한 잔 속에서 또 하나의 세상을 건네주고 싶다.




사케, 위스키, 와인, 브랜디, 테킬라, 맥주, 이강주, 막걸리, 소주 등 술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이름만으로도 이국의 풍경과 계절,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술들이 있다.

세계 각지의 술은 문화를 가로지르게 한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어쩌면 술은 그 '말할 수 없는 것을 대신 말하는 존재'였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말끝을 흐릴 때, 그 빈틈에서 술은 조용히 감정을 끌어안는다.
말보다 진한 말, 침묵보다 더 묵직한 침묵이다.


사케에서는 일본의 사계절과 정갈한 정서가 느껴지고, 사케의 맑은 빛은 일본인의 간결한 미학을 닮았다.

위스키는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참을성의 결정체로, 시간을 숙성시키는 철학을 품고 있다.

세월과 나무, 침묵과 어둠 속을 지나야 비로소 한 방울의 위스키가 된다.

그 한 방울 안엔 시간을 품는 인간의 내면성이 녹아 있을 것이다.

브랜디는 오래된 기억의 서재를 닮았다.

브랜디 한 모금에는 귀족의 고요한 품격이, 테킬라 한 잔에는 태양과 대지의 열정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우리네 이강주와 막걸리 속에서는 조상의 입김과 손끝의 정성이 느껴진다.

눈비 맞은 들녘과 농부의 숨결이 응축된 살아 있는 문학이다.

그것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도수가 아니라, '세월을 담근 맛, 이야기를 나누는 언어'일 것이다.


결국, 술이란 그 나라의 기후와 땅, 사람의 손과 마음이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얽혀 만들어낸

'가장 맛있는 문화이자 가장 진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술 한 잔을 통해 차분하게 인류의 지혜를 음미해 보고, 막걸리의 은은한 탁함 속에서는 누군가의

농사와 땀이 빚어낸 진실한 하루가 있을 것이다.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기억을 나누고, 세상을 맛보는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각 술잔에는 그 술을 만든 사람들의 손길과 철학이 스며 있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자리에는

언제나 마음을 여는 온기가 흐르고 있다.


술을 알게 되면, 세상이 더 풍요로워지고,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워진다.

한 잔의 술로도 누군가와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술은 단지 혀끝에서 끝나는 향취가 아니라 그것은 기억을 저장하는 그릇이며,

시간을 발효시킨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소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다.

소주 광고에서 유명한 여자 배우들이 주로 모델로 기용되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 문화 코드, 소비자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주 광고 역시 대중성과 친숙함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에, 국민적인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를 기용하면

소비자의 정서적 접근이 쉬워진다.

아이유, 수지 등 이들은 대부분 ‘맑고 깨끗한 이미지’, 친근함, 대중적 호감도를 동시에 지닌 인물들이다.


소주 광고는 종종 ‘순하다’, ‘깨끗하다’, ‘청량하다’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여배우의 미적 이미지, 맑은 피부, 청초한 분위기 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각적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처음처럼'은 순수함, 설렘을 나타내는 제목이다

'참이슬'은 맑음, 자연을 뜻한다.

모두 여성적 이미지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마케팅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

통계적으로 소주는 20~40대 남성 소비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소비자층을 고려했을 때, 호감 가는 여배우는 시각적 호감도와 구매 전환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전략 카드가 된다.


광고에서 여배우가 술을 들고 "술 한 잔 할래요?"라고 말할 때, 브랜드가 주는 설득력이 더 강해지는 이유다.

각 소주 브랜드는 누가 모델이냐에 따라 브랜드의 색깔을 규정하고 있다.

아이유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 수지는 ‘첫사랑처럼 순수한 느낌’이다.

술 광고 모델은 단순한 얼굴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라고 보면 된다.


술은 결국 이야기(스토리)다.
누군가의 땀이 담기고, 기다림이 담기고, 그리고 마주 앉은 사람의 진심이 담긴다.

'철학이 고개를 치켜든 진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막걸리 한 잔의 깊은 목 넘김'에서 인생의 진실을 더 분명히 마주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술잔을 통해 고통을 견디고,
헤밍웨이는 술을 글과 삶 사이의 윤활제로 삼았으며,
소설가 이청준은 그의 소설에서 술을 기억의 촉매제로 써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술을 마신다는 건 단순히 ‘취함’이 아니라

'삶의 복잡성과 감정의 깊이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걸 배운다.
각기 다른 술들이 알려준 건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고, 하나의 문학이었다는 것이다.


어느덧 나는 애주가가 되었다.

젊었을 때 술을 알았더라면, 나는 남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측은하게 여겼을 것이다.

지금은 술 마시던 것을 무지하게 이해 못 해줘서, 너무 앙탈을 부려서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남편의 술사랑 때문에 불행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내가 술을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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