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열 시간 만에 켰다.
계속해서 동영상을 들여다보다 결국 배터리가 바닥나, 전원이 꺼져버린 것이다.
충전기에 꽂아둔 채 와인 한 잔을 마시고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기절하듯 깊은 잠에 빠졌다.
아무런 꿈도, 소음도, 생각도 스며들지 않는 무重力의 밤이었다.
새벽녘, 커튼 사이로 여명이 스며든다.
꺼졌던 휴대폰의 전원을 눌렀다.
시계를 보니, 휴대폰이 꺼진 지 열 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을까.
내심 기대 섞인 마음으로 신호를 기다렸다.
잠시 후,
요란스러운 알림음이 쏟아진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은 없다.
카톡 한 통.
‘넷플릭스 한 달 결제되었습니다.’
문자 여러 개.
‘사무실 현관문이 오픈되었습니다.’
'사무실 현관문이 닫혔습니다.'
'식자재 차량이 도착하였습니다.'
'사무실 현관문이 닫혔습니다.'
캐롯마켓 홍보 몇 개,
별그램 릴스 알림 몇 줄.
이렇게,
긴 휴일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오늘은 월요일 같은 수요일이다.
연휴의 여운은커녕,
되레 흐트러진 생체리듬만이 뒤엉킨 채 남았다.
종종 침묵이 두렵다.
그래서 자꾸만 화면을 켠다.
동영상, 짧은 클립, 좋아요, 스토리, 릴스......
그 모든 것은 어쩌면
"나, 여전히 여기 있어요"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진짜 '연결'은 희박하다.
한참을 잠든 사이 도착한 많은 알림 중에 마음이 움직일 만한 소식은 없었다.
새로운 소식이란 결국 반갑지 않은 자동결제, 자동응답, 자동광고였다.
내가 잠든 시간 동안, 세상도 나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쉼'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누구의 기대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조용한 공백 속에서 조금씩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든다.
기계는 충전기에 꽂으면 다시 깨어나지만
나의 마음은 어디에서 충전해야 할까?
그런 날에는,
아무 소식도 없는 조용한 아침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
별일 없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다행이고,
축복이고,
또 한 편의 선택되는 이야기다.
이렇게 근사하게 써 내려갔지만 결국에는 외롭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