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by 남궁인숙

샤를 베르트랑 당트레그(Charles Bertrand d'Entraygues) 작품을 감상하다가 문득 어린이날을 상기한다.


거리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햇살을 닮았다.

누구나 한때는 어린이였고, 그 시절의 웃음은 잊히지 않는 노래처럼 마음속에 머문다.

그런 날, 나는 오래된 프랑스 화가의 그림 앞에 멈춰 섰다.


사진출처 https://fr.m.wikipedia.org/


아이들의 장난과 천진함을 눈부시게 담아낸 프랑스의 풍속화가가 있다.

'샤를 베르트랑 당트레그'

당트레그의 작품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중산층의 일상과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한 기록들이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그림들이 있다.

그의 작품 《아이들의 식탁(La table des enfants, 1882)》을 마주하면, 시간은 멈춰있다.

단정하게 앉아야 할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웃음.

아이는 당근을 몰래 감추고, 옆자리 친구는 포크를 들고 장난을 친다.

엄숙한 식사의 풍경은 어느새 놀이의 무대로 바뀐다.

어른의 세계에서는 혼란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선 유쾌한 법칙이다.

규칙을 깨뜨리며 자라는 시간,

그리하여 세상과 처음 부딪히며 자신만의 질서를 배워가는 시간이다.




당트레그의 붓끝은 아이들을 미화하지도, 교훈적으로 그리지도 않았다.

그는 말없이 웃으며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통과하도록 두었다.

그것이야말로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의 시선, 몸짓, 실수마저도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화폭에 남긴다.



어린이날의 본질도 그러하다.

선물을 주는 날,

놀아주는 날이기 전에,

아이가 ‘아이일 수 있도록’ 인정해 주는 날이다.

규율보다 호기심이 먼저인 그 시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속도보다 멈춤이 허락되는 시간.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에도,

그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잊히지는 않는다.


1929년에 사망한 당트레그의 그림 속 아이들은 100년도 더 된 시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들이 웃고,

장난치고,

혼나고,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오늘과 몹시 닮아 있다.

그러니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이 살아내는 순간을 지켜보자'.



아이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늘 현재형으로 존재하며,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마음 한 편의 원형처럼

남아 있다.

당트레그가 그려준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남긴 풍속화 한 점이 오늘,

어린이날의 의미를 다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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