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여전히 묻는다

by 남궁인숙

어느 순간부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졌다.

거리에서,

온라인에서,

때로는 밥상머리 대화에서도 그 단어는 너무 쉽게 오해되고, 너무 빠르게 소비되었다.


우리는 정말 '페미니즘'을 알고 있는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왜’ 페미니즘이 시작되었는지 기억하고 있을까?

그것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다.

발언권이 없던 회의실에서,

꿈을 포기하라 말하던 교실에서,

사랑도 선택할 수 없던 시대 속에서,

누군가는 질문을 던졌다.

"왜 이건 당연한 거죠?"

페미니즘은 그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역할이 달라지고,

능력이 아니라 외모가 평가받고,

침묵이 미덕처럼 강요되었던 삶.

그 모든 것에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용기였다.

지금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마음속의 불균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 있다.

‘여자라서 조심해’,

‘남자는 울면 안 돼’,

그 옷을 입었으니 책임도 있어야지’,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퍼지는 세상이라면,

페미니즘은 아직도 유효하다.


나는 페미니즘을 '혐오의 언어' 가아니라,

'회복의 언어'믿고 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두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길이다.

페미니즘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삶이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란다고.

그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닌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우리 모두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진짜 평등을 원하고 있나?"



“이제 페미니즘도 유행 지난 이야기 아닌가요?”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됐고, 법도 바뀌었고,

사회도 달라졌다고.......

겉으로 보기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자가 먼저 말을 시작할 때,

남자가 눈물을 보일 때,

엄마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할 때, 가볍게 넘겨지는 그 말의 무게를 느낀다.

페미니즘은 끝난 싸움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침묵에 관한 이야기라고...;.


그것은 반드시 거리로 나가 외쳐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내 안의 오래된 질문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나는 이렇게 말하지 못했지?’

왜 그때 내 의견은 덜 중요하게 여겨졌을까?’

‘왜 지금도 나는 내가 나이기 위해, 너무 많은 설명을 해야 하지?’

페미니즘은 분노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직시하는 용기이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가장 단순한 소망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남자도 힘들다고.......

맞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필요하다.

‘남자는 울면 안 돼’,

'아빠! 힘내세요!',

‘가족을 책임져야 해',

‘강해야 해’

그 모든 낡은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페미니즘 운동은 모두를 위한 해방의 말하기여야 한다.


나는 지금도 이 질문을 안고 살아간다.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함께 던질 수 있는 이들이 있는 한, 페미니즘은 여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논할 가치가 있나?"라는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철학적 질문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네, 여전히 그렇다"이다.


여성, 남성이 아닌 인종, 계급, 장애, 성적 지향, 지역 등 다양한 정체성의 교차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즉, 누구의 페미니즘인가를 함께 묻는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교육, 정치,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배제되어 왔다.

페미니즘은 이 침묵을 복원하고,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들을 역사로 복귀시키는 작업이다.

이는 인류 전체의 기억 회복의 과정이며,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페미니즘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언어, 제도, 문화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처럼 페미니즘은 단순히 과거의 운동이 아니라, 현재를 더욱 정직하게 살기 위한 '질문의 힘'이다.

페미니즘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다.

그것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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