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워라밸을 꿈꾼다.

by 남궁인숙


직원이 월요일 새벽부터 문자를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0 0 0 교사입니다.

오늘 제가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출근이 힘들듯 해서요.

몸살이 온 것 같아 몸 자체를 일으키지를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출근을 못할 듯 해 연락드립니다."


'주말 동안 연예인 콘서트에 가서 열광하는 삶을 즐겼을까?'

'이틀 동안 잘 쉬고서 하필 월요일 새벽에 몸살이 났을까?'라는

생각이 스멀거리면서 고개를 쳐들었지만, 순간적으로 얼른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생각에 오전 당직이 아닌 것만 확인하고 몸조리 잘하고 쉬라고 했다.


지난주 토요일 강의하면서 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을 설명하면서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위한 상위 욕구 추구'를 이해하는데 워라밸의 삶을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의미한다.

개인이 직장에서의 업무와 개인 생활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워라밸은 산업화 이후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에서 등장하였다.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족과의 시간, 자기 계발, 휴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 목표였다.

일과 개인 생활의 시간을 균형 있게 분배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집까지 끌고 가지 않는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직장인, 부모, 배우자, 개인 등 다양한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워라밸은 단지 시간 관리를 넘어 삶의 만족도, 자아실현, 가치 중심의 삶을 포함하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하였다.

특히, MZ세대는 일 중심의 삶을 거부하면서, 삶 중심의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일보다는 나의 휴식시간과 취미활동이 더 중요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어 직무 소진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워라밸은 우리나라에 2010년대에 들어와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7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이 여성들에게 주어지면서 남성근로자에게도 주어졌다.

출산이 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에게는 의무적인 휴게시간도 정해져 있다.


주임교사와 함께 퇴근하는 늦은 퇴근길, 차창밖으로 스치는 저녁 풍경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 나의 삶을 얼마나 즐겁게 살았을까?'

일과 생활,

누구나 알고 있는 ‘워라밸’.

하지만 누구도 쉽게 누릴 수 없는 말이다.

어린이집 일은 낮에도, 밤늦게도 생기고, 예정된 '학부모운영회의'는 늘 정해진 시간보다 길어지기도 한다.

오늘 오후에 계획된 '학부모운영회의'는 나와 주임교사의 몫인 것 같다.

담당이 아닌 교직원들은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녁에 '학부모운영회의'가 있건 말건 당당하게 정시에 생글생글 인사하면서 퇴근을 한다.

잘못된 게 아닌데 서운하다.

'내가 꼰대라서일까?'


이 일만 끝나면 괜찮을 거야’ 하며 하루를 넘기고,

‘이번 주만 견디면 쉴 수 있어’ 하며 한 달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나라는 사람이 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

출근하는 나와 퇴근하는 나는 같은 사람인데,

마치 '서로 다른 시간의 존재'처럼 어긋난다.


삶에는 리듬이 있다.

쉴 때가 있고, 일할 때가 있다.

그 리듬이 망가지면, 아무리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워라밸이란 단순히 일찍 퇴근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나’라는 존재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일을 하며 성취를 느끼고,

삶을 누리며 나를 회복하는 시간.

그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하루다.


카톡의 알림을 끄고, 식탁 앞에 앉아 천천히 밥을 먹는다.

주말의 한 시간은 꼭 나만의 시간을 위해 남겨둔다.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건 아주 소박하지만 단단한 선언이다.

‘나는 나의 삶을 지킬 것이다.’라는.


오늘 하루, 나를 잃지 않은 당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워라밸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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