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돈은 남아 있다

by 남궁인숙


우연히 기안 84라는 웝툰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놀 수 있을 때 놀면, 벌 수 있을 때 돈을 못 번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웃음 너머 묘한 울림을 남겼다.

처음 들었을 땐 웃음이 났다.

기안 84 특유의 허를 찌르는 화법이 익숙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곱씹을수록 이 말엔 뼈가 있었다.

단순히 '지금 놀지 마라'는 경고가 아니라, 인생의 타이밍에 대한 냉철한 통찰이 숨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좀 쉬고, 나중에 진짜 시작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나중’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책임은 늘어가고,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놀던 시간만큼 벌 수 있는 시기는 줄어들고 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의 대가는, 생각보다 크고 냉정하다.


우리는 가끔 오해한다.

지금은 놀아도 되는 시기라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언젠가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은 도돌이표가 아니고, 기회는 영원하지 않다.


놀아야 할 때 놀지 못한 사람은 후회하지만,

놀기만 하다 벌지 못한 사람은 생존을 걱정한다.

인생은 늘 선택과 책임의 반복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복잡하다.


그의 말은 청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의 무게'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놀아야 할 때, 놀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어느 순간, 더 이상 놀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허망해진다.

반대로 놀기만 하다 보면, 벌어야 할 때 빈손으로 서성일 수도 있다.


그의 말이 웃기면서도 진지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그 말들을 직접 살아내며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웹툰 작가로 성공했지만, 그의 청춘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한 분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언제 놀고 언제 벌 것인가’를 아는 지혜다.

일과 여유, 성장과 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만,

그 균형이 무너졌을 때, 인생은 뭔가 엉켜버린다.

그는 어쩌면 그걸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내며 터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그의 평소의 화술처럼 가볍게 '툭' 던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떤 시간일까.

쉴 때일까?

달릴 때일까?

내 안의 시계는 지금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걸까.

그 물음에 답하는 일이 결국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안 84는 또한 툭 던지듯 이어서 말했다.

“사람은 떠나도 돈은 안 떠나더라고요.”

겉으로는 유쾌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관계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냉정한 대비가 숨어 있었다.

그 말이 처음엔 이상하게 들렸다.

'사람보다 돈이 낫다는 걸까?'

하지만 그건 삶을 통과해 본 사람의 현실적 고백이기도 했다.

수많은 인연을 지나고, 갑작스레 등을 돌린 신뢰 앞에서 깨닫는 것,

사람은 내 곁에 영원하지 않다는 것.

반면, 한 번 모은 자산은 내가 떠나기 전까진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냉정한 진실.

이 말이 씁쓸한 위로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는 사람에게 기대고, 상처받고, 버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기댈 수 있는 것이라 믿었던 사람마저 스쳐갈 때, 우리는 결국 ‘의미’보다는 ‘안정’에 매달린다.

그 안정이, 때로는 돈이다.

하지만 이 말이 단지 돈을 찬양하는 뜻은 아니다.

'돈은 떠나지 않는다'

그 말은 곧, ‘돈이란 것은 내가 잘 다스리면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뜻이다.

사람은 감정으로 움직이지만, 돈은 '기록과 이성'으로 남는다.


사람은 떠난다.

사랑도, 우정도, 의리도......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등을 돌린다.

그러니 상처받지 않기 위해선 지킬 수 있는 것과 지킬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에게 기대되었던 온기를 완전히 접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기반을 스스로 다져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놀 수 있을 때 놀면, 벌 수 있을 때 못 벌어요”

“사람은 떠나도 돈은 안 떠나더라고요.

그래서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해요.”

기안 84는 가볍게 던진 듯한 이 말들로 삶의 타이밍을 정조준했다.

‘역시 기안84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고, 현실적이며, 어쩌면 철학적이다.


기안 84의 말은 절대로 철없지 않았다.

그건 살아남은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웃음 너머에 삶의 쓴맛을 삼킨 사람의 목소리.

그는 진중한 사람이었다.


“사람은 떠나도, 돈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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