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우리는 종종 ‘쉼’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처럼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주 소중하지만, 어린이집 하루일과는 동시에 치열하기도 하다.
매 순간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린이집원장선생님의 자리에서 벗어나, 오늘 잠시동안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였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포셀라츠 힐링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포셀라츠'는 생소한 용어였지만 '도자용 전사지를 이용해 그릇에 디자인하는 공예'였다.
공예 강사는 예쁜 용모만큼 낭랑한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체험 순서
1. 전사지 선택 후, 물에 담가 분리 준비
2. 종이에서 그림 분리 확인
3. 도자기 위에 전사지를 원하는 위치에 올리기
4. 물기와 기포 제거 (티슈 & 도구 사용)
5. 고정 상태 확인 후 마무리!
주의사항
전사지를 너무 세게 밀지 마세요. (찢어질 수 있어요)
기포/물기 제거는 꼼꼼하게.(가마소성 시 구멍 발생 가능)
골드 전사지는 라인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도자기 특성상 검은 점·자국이 있을 수 있어요.
쉼과 창조를 동시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포셀라츠로 마음을 디자인해 보세요.
처음 도자기와 전사지를 마주했을 때, 어색한 설렘이 있었다.
'내가 과연 예쁜 그릇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긴장 속에 전사지를 물에 담갔고, 종이가 천천히 풀어지며 얇은 그림이 떠오르자, 마치 마음속 단단히 묶인 매듭이 하나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릇 위에 그림을 얹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어느 위치에 배치할까?
어떤 방향이 더 자연스러울까?
여백은 얼마나 둘까?
작지만 치밀한 결정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언가를 꾸미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손끝에 집중하고, 조심스레 물기를 닦아내며 전사지를 밀어내는 그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업무와 걱정이 서서히 자리를 비웠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고요함, 그리고 오랜만의 몰입과 즐거움이었다.
티슈로 작은 기포 하나하나를 눌러가며, 마음속 부담도 함께 눌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이건 ‘완벽’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단순작업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그도 그럴 것이 오전 내내 학술지 논문 제3장과 제4장을 쓰느라 통계와 씨름하다가, 힐링클래스에 참여했으니 나의 뇌가 말랑말랑해져 갔다.
뇌에서 연육작용이 일어났다.
공예 강사는 근사한 찻잔에 홍차를 가득 따라 주신다.
'아니! 이런 굿 센스가 있나?'
'내가 뭐라고 나를 이토록 대접해 주시다니요?'
마침내 도자기 위에 나만의 디자인이 완성되었을 때, 작은 성취감이 밀려왔다.
손으로 만든 결과물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단순한 공예체험이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마지막 나의 작품임을 알리는 이니셜을 새기는 '화룡점정'의 순간,
무엇보다 원장님들은 서로의 작업을 나누며 웃고, 칭찬하며, 공감했던 그 분위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포셀라츠 힐링 클래스'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잘 해내야 한다’는 무게를 내려놓고, ‘즐기는 나’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창의적이고 즐거운 힐링 프로그램이 현장의 어린이집원장선생님들께 자주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다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마소성 후 20일 후 작품을 보내주신다고 했다.
너무 기대되었다.
'도자기 위에 무늬를 새긴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위에 쉼표를 새겼다.'
강동어린이회관 센스쟁이, 희영선생님!!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