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가 온다

by 남궁인숙


김상균 작가의 북토크는 단순한 미래 예측을 넘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자리였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의 얼굴은, 어쩌면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불안일 수도 있었다.

『휴머노이드가 온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처럼, 그의 이야기는 차분하지만 강렬하게 청중의 뇌리를 흔들었다.

김상균 작가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학자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자에 가까웠다.

그는 '휴머노이드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20배 규모가 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숫자의 크기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관계의 방식까지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김상균 작가는 공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더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휴머노이드는 자동차 산업의 20배 규모의 시장을 가진다.'

이 말이 함의하는 바는 기술의 발전 그 자체를 넘어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는 단순히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조장하지 않는다.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말을 하고,

걷고,

반응할 때, 우리는 ‘사람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거울처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공감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란 무엇인가.

기술은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을 우리 앞에 던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휴머노이드에게 맡기게 될까?'

그리고 인간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까?

김상균 작가의 말처럼, 인간다움이야말로 우리가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막 정체성인지도 모른다.



나는 강연을 들으며 문득,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로봇 친구는 만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조금 다르다.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나보다 더 똑똑하고, 더 빠르며, 더 정확한 존재. 그들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김상균 작가는 기술과 인문학, 교육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로봇 기술을 두려움 없이 말한다.


교보빌딩의 그 강연장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닌 사유의 시간이었다.

청중들은 작가를 향해 질문도 많았다.

『휴머노이드가 온다』는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질문이었다.

‘기계가 오고 있다’는 말은 결국,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말이기도 하다.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길,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책을 읽는 나,

글을 쓰는 나,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나.

이 모든 순간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연습이었구나.......

기계가 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다움이 더 절실해지는 시대도 오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 모른다.

'당신은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

인간과 함께하는 동반자,

인간을 대체하는 경쟁자,

인간을 통제하는 지배자,

이 네 줄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기술 진보에 대한 인간의 깊은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기계가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존재였다.

기계 팔, 자동화 라인, 그리고 청소 로봇까지.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기계는 점차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이후 우리는 기술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AI 비서, 추천 알고리즘, 번역기 등 우리는 기술을 ‘도구’가 아닌 ‘동반자’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AI는 점점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창작, 상담, 의사결정 등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것들이 하나둘 무너진다.

경쟁자로서의 휴머노이드가 등장한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의 미래다.

‘인간을 통제하는 지배자.’

감시 사회, 알고리즘 권력, 편향된 데이터에 의한 통제 등 이 모든 것이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기계는 어디까지 인간을 도울 것인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까지 기계에 의존할 것인가?


미래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있다.

'그럼… 휴머노이드는 세금을 낼까?'

기계가 사람처럼 말하고, 감정을 흉내 내고, 일까지 대신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 기계는 사회의 구성원일까?

도구일까?

'세금'이라는 단어는 현실적이다.

공공재, 도로, 복지, 교육… 모든 것은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일은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2017년, 빌 게이츠는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면, 그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은행에는 점원이 사라졌고, 카페에는 무인 주문기가 있다.

조금 있으면 상담사도, 기자도, 심지어 교수도 AI가 가능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사라진 일자리를 보전하고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며

소득 불균형을 완화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기계를 만든 기업?

그 기계를 사용하는 사회?

아니면… 기계 스스로?

물론, 지금은 휴머노이드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들은 ‘법적 인격체’아니므로.

하지만 철학자들과 법학자들은 점점 이런 질문을 던진다.


“행동 능력과 경제적 이익을 가지는 기계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가?”


기계에게 ‘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면,

책임도, 권리도, 의무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금’이다.


우리는 지금, 기계와 공존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더는 ‘언제 올까’를 묻는 시점이 아니다.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준비할 시간이다.

'휴머노이드는 세금을 낼까?'라는 이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인간만이 사회의 주체일 수 있는가?'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은 답이 없지만,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이다.

강연은 인간과 공존할 휴머노이드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짚어낸 통찰의 시간이었다.

기계가 아닌 ‘새로운 존재’와 마주할 준비가 필요한 시대임을 실감했다.




김상균작가

경희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미래사회 디자이너이자 인지과학 기반의 기술철학자.

『메타버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온다』 등

기술과 인간, 사회를 연결 짓는 사유의 저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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