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Classic」

낭만의 이름으로 클래식을 노래하다

by 남궁인숙


낭만이 흐르는 밤, 음악과 함께

어제 하루는 마음이 유난히 바빴다.

서울대역 인근의 어린이집에서 '보배데이'행사를 마치고 정신없이 잠실역으로 왔다.

롯데월드몰에서 허겁지겁 일본라멘으로 배를 채우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오늘의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춤'을 떠올렸다.


오늘 예약된 음악공연 관람을 위해서 L콘서트홀 8층으로 향했다.

'Romantic Classic'.

클래식 음악이 ‘로맨틱’하다는 말만큼 반가운 말이 있을까.

(사)서울클래식오케스트라의 제2회 정기연주회였다.

무대 위에는 테너 윤정수, 소프라노 신현선, 그리고 지휘자 정병휘다.

그들의 음악은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일이었다.

마치 '오랜 연인의 손길처럼',

'한 편의 시'처럼 가슴 깊은 곳을 두드렸다.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내 마음의 굳은살이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서울클래식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는 음악의 감각이 차갑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꺼내듯 가슴을 졸이게 한다.


음악은 기억을 노래한다

공연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으로 시작되었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곡.

비현실과 현실, 인간의 내면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치 음악 속에 숲이 펼쳐지는 듯했다.

이어진 곡들은 서로 다른 언어, 시대, 감성을 품었지만 모두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이어졌다.

Ernesto de Curtis의 〈Non ti scordar di me〉

'나를 잊지 말아요'

라는 한 마디가 그렇게 간절하고도 아름다울 줄이야.


Franz Lehár의 〈Dein ist mein ganzes Herz〉

빈풍 왈츠의 감미로움에 담긴 다정한 속삭임, '당신은 내 전부예요.'

Marguerite Monnot의 〈Hymne à l’amour〉

피아프가 부른 사랑의 송가.

이 곡이 흐르는 순간 모두가 숨을 멈추었다.


Nicholas Brodszky의 〈Be My Love〉와

Leonard Bernstein의 〈Tonight〉

각각 영화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절정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베르디의 〈Brindisi from 'La Traviata'〉는

한 편의 오페라가 피날레를 장식하듯 무대를 마무리했다.

사랑과 술, 삶의 찬란한 축배가 음악으로 퍼졌다.


잠시 휴식, 이어서 ‘신세계’가 펼쳐졌다

2부는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교향곡 9번.

그의 고향 보헤미아와, 미국 땅에서 느낀 낯설고 새로운 감정이 네 악장에 걸쳐 드라마처럼 흘러갔다.


I. Adagio – Allegro molto는 탄생의 두근거림처럼,

II. Largo

III. Molto vivace는 희망에 찬 에너지처럼,

IV. Allegro con fuoco는 결연하고 위대한 미래를 향한 비상처럼.


음악은 언어를 넘어서 ‘삶을 연주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느낀다.

로맨스가 있는 공연은 단지 하나의 정기연주회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다양성과 감정을 모두 담은 예술적 만찬이었다.

서울클래식오케스트라는 그 이름처럼,

‘서울’이라는 도시의 품격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었고, 관객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한 편의 시처럼, 한 곡 한 곡이 모두 편지 같다.

연주자의 춤추는 듯한 지휘처럼, 우리의 일상도 음악처럼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슈만의 선율은 연인의 속삭임처럼 부드러웠고, 오페라 아리아 속 한 문장은 내 안의 오래된 슬픔을 꺼내든다.

테너 윤정수의 목소리는 깊고 우렁찼다.

소프라노 신현선은 마치 시간을 멈추게 하는 마법 같았다.

지휘자 정병휘의 손끝은 바람을 지휘하듯 자유로웠고, 동시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정교함이 있었다.


무대는 거대한 사랑의 서사시였다.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음악은 추억의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감정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하루 여정으로 무거웠던 발걸음은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지친 마음에 클래식은 쉼표가 되어주었고, 감미로운 선율은 오늘 하루 고된 삶에 작은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오늘 밤, 낭만의 온도는 오래도록 기억나겠지.....


공연장 밖을 나설 때, 마음이 말랑해졌다.

클래식 공연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다독여준다.

만약 한 번이라도 클래식 음악에 감동한 적이 있다면, 그 감동을 '응원'으로 바꿀 수 있다.

한 곡의 선율을 기억하는 마음이 있다면......


오늘 내가 들은 이 음악은

내일은 누군가의 무대가 되고,

또 다른 이의 꿈이 되는 과정이다.


공연의 일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