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어린이집 문을 열고 반가운 얼굴 하나가 들어섰다.
익숙한 눈빛의 환한 미소를 짓는 내가 무지 사랑스럽게 여기는 예쁜 지인이었다.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사무실에 있는지 확인하더니 찾아왔다.
그저, "와인숍에 들렀다가 생각이 나서…"
라고 중얼거리면서 긴 종이백을 건넸다.
종이백 안엔 황금빛 라벨이 반짝이는 한 병의 와인이 들어있었다.
와인을 보자마자 나는 빈 손사래도 치지 않고, 와인병을 넙죽 받으면서 웃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뿌듯했다.
바쁘고 정신없던 하루였는데, 와인의 온도만큼이나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성숙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와인 좋아한다는 말에 자신도 와인 좋아한다고 하면서 이 담에 둘이서 '와인바'에 가자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OK!"
잠시 시간 내어 찾아온 그녀와 폭풍수다를 나누었다.
그녀는 다음에는, 긴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
그녀를 보내고 드는 생각은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내가 문득 떠오른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였다.
살다 보면 그 누군가가 내게 마음을 건넨 순간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기 쉽지만,
오늘만큼은 그 마음의 무게가 제대로 느껴졌다.
그녀가 남기고 간, 와인을 꺼내 들며 나도 누군가를 '문득 생각나는 사람'으로 품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내 마음도 '작은 선물처럼 조용히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집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오늘 선물 받은 와인 한 병이 놓여 있다.
나는 그 병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유리병을 비추는 은은한 빛과 함께,
오늘 선물 받은 와인을 꺼내 들고 살펴보았다.
Palliser Estate Sauvignon Blanc, 2021이었다.
뉴질랜드 마틴버러에서 온 이 우아한 와인 한 병은, 하루의 끝자락에 찾아온 작은 선물이다.
마치 잘 익은 구즈베리와 자몽 껍질, 라임잎을 함께 찧어놓은 듯한 향이 깃든 멋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벌써 싱그러움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 향은 이국의 정원에서 불어온 바람 같고,
나는 그 안에서 잠시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아직 마시지 않았는데도 한 모금 입 안을 가득 채운 풍미가 상쾌하고 가볍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클래식 기타 선율처럼 잔잔하면서도 분명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끝엔 마치
라고 말해주는 듯한 맑고 깨끗한 피니시가 입안을 감싼다.
함께 곁들인 것은, 잘 익은 페타치즈가 올려진 아보카도 토스트 한 조각,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겠지만,
이 와인의 자연스러운 산미는
단순한 브런치 음식일지라도 작은 파티처럼 만들어버릴 것 같다.
Palliser Estate의 와인들은 대부분 소량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진다.
마틴버러의 작은 마을에서 부는 바람과 토양, 태양과 시간에 기대어 천천히,
그리고 정갈하게 잘 자란 포도들이 재료가 된다.
그 안에는 바쁜 도시인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리듬을 마시는 듯한 여유가 담겨 있을 것이다.
와인은 단지 목을 축이는 술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대화의 시간’이다.
유리잔을 기울이며 '자신과 조용히 대화하는 시간'.
그 한 모금 속에 내가 잊고 있던 ‘작은 기쁨’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Palliser Estate Sauvignon Blanc 2021
뉴질랜드 마틴버러 산 Sauvignon Blanc은 크리스피하고 생기 있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이 화이트였다.
굴, 라임 등을 곁들인 해산물, 염소치즈, 아보카도 샐러드와 페어링 하면 좋을 것 같다.
설립자는 전직 변호사인 제이슨 팔리저.
그는 1980년대 초 프랑스 보르도 대학과 협업해 '여권에 숨겨 옮긴' 포도나무 삽목을 나파 밸리로 들여왔다.
1986년 첫 Proprietary Red 와인이 출시되어, 로버트 파커로부터 94점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덧붙이자면, 저명한 와인 컨설턴트인 헤렌 터리와 란디 던 등과 함께 연대하며 나파의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E&J 갈로에 팔리었으나, 워터스 랜치 등 자사 포도원은 임대 형태로 유지되었다.
팔리저 에스테이트 와인은 힘 있는 구조감과 풍부한 과일 표현이 특징인 나파 밸리 프리미엄 와인이다.
특히 메를로는 '메를로 애호가뿐 아니라 메를로 회의론자도 반하게 만드는' 평가를 받으며, 블렌드와 세컨드 라인도 수준급 품질이라고 한다.
노래를 들어보자.
https://suno.com/s/BvP358hBqSqKFaYm
너를 생각하며 와인을 따르다
작사: 콩새작가
작곡 : 수노
[Verse 1]
저녁노을이 잔에 머물고
네가 떠오른 순간
살며시 땄던 와인 한 병
그 속에 네 미소가 담겼지
[Chorus]
한 모금에 번지는 기억
입술 끝에 맴도는 그대
너를 생각하며 와인을 따르다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취해가네
[Verse 2]
창밖엔 달빛이 흐르고
시간은 조용히 멈췄지
그때 그 대화, 그 눈빛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어
[Chorus]
한 모금에 번지는 기억
입술 끝에 맴도는 그대
너를 생각하며 와인을 따르다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취해가네
[Bridge]
우린 잊었지만 잊히지 않아
와인처럼 숙성된 그리움
내 하루의 끝,
항상 널 부르고 있어
[Final Chorus]
다 마시지 못한 이 잔처럼
남겨둔 사랑이 여기에
너를 생각하며 와인을 따르다
이 밤, 너에게 닿기를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