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폴리 현상

모든 것이 있는 세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들

by 남궁인숙

‘Panoply’는 원래 갑옷의 완전한 세트를 의미하며, 오늘날에는 ‘화려하게 전시된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풍성하게 갖춰진 것들의 집합을 가리킨다.

‘파노폴리 현상’은 바로 이러한 과도한 선택지가 오히려 무기력과 회피를 초래한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선택 장애’ 이상의 문제로 일종의 심리적 탈진(Burnout)이며,

사회적 흐름에 대한 내면의 반항이자 지적된 무감각이다.


세상은 점점 더 풍요롭고, 풍성해졌다.

거리에는 수천 가지의 맛이 넘치고, 클릭 한 번이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살지만, 이 모든 것이 모인 세상에서 이상하게 사람들은 점점 원하는 것이 없다.

그 많던 선택지는 어느새 '피로'로 바뀌고,

'풍요'는 역설적으로 '욕망의 소멸'을 불러온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다.'



파노폴리 현상은 '감각의 위축'이다.


더 이상 음악은 감동을 주지 않고,


'좋아하던 음식'은 '평범'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여행지'는 'SNS 인증용'일 뿐이다.


‘좋음’이 기준이 되지 못하고,

‘비교’ ‘넘침’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욕망은 더 이상 샘솟지 않는다.

100가지 샐러드 소스를 보고 망설이는 점심시간,

수십만 편의 드라마가 넘쳐나는 OTT 플랫폼 앞에서의 무기력,

수많은 라이프스타일 중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의 막막함.

이 모두는 '파노폴리 현상'의 일면이다.


우리의 뇌는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아예 결정을 포기하고 만다.

결정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결정의 책임으로부터 부담을 느낀다.

결과, 사람들은 선택을 회피하고,

소비를 멈추며, 심지어 관계마저 끊어버린다



선택은 자유지만, 너무 많은 자유는 때때로 감옥이 된다.

파노폴리 현상’은 우리 시대의 그림자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덜 갖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파노폴리 현상에서 벗어나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덜 선택하고, 깊게 누리기’.



한 잔의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고,

소중한 책 한 권을 반복해서 읽고,

진심 어린 대화 하나에 집중할 때,

다시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

'풍요''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부터 온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시대에서,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단 하나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지혜롭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도 감정을 파고드는 노래를 들어보자.



https://suno.com/s/k3rWtmwa9D9AxdpR



너무 많은 세상에서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Verse 1)

거리에 쏟아진 색깔들 속에

내 마음은 점점 무뎌져가

눈부신 것들 다 지나쳐도

가슴은 왜 이리 텅 비었을까


(Pre-Chorus)

선택은 넘치고

갈 곳은 많은데

정작 나는 어딜 가야 할까


(Chorus)

너무 많은 세상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조용한 하루

가득한 것들 틈에서

작은 숨 하나를 찾고 있어

모든 걸 가진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Verse 2)

수백 개의 창이 열려 있는 밤

어떤 것도 손에 닿질 않아

길 잃은 마음은 멈춰 서서

그저 “하나”만을 기다려


(Pre-Chorus)

무언가를 고를수록

나를 잃어가는

이 기묘한 풍요 속에서


(Chorus)

너무 많은 세상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눈을 맞추고

한 사람과 나누는 말

화려한 말들보다

묵직한 침묵이 더 진해져

모든 걸 누릴 수 있어도

나는 비워야 살 수 있어


(Bridge)

덜 가진 게

더 자유로운 걸

이제야 알게 됐어

비워낸 만큼

나는 나로 남아


(Final Chorus)

모든 걸 갖춘 세상에서

나만의 작은 빈방을 열어

빛이 드는 창가에

그림자 없이 머물고파

너무 많은 세상 끝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났어

가질수록 멀어졌던 것들

이제는, 놓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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