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한 권

by 남궁인숙

오랜만에 지인이 사진과 함께 안부 인사를 전해왔다.

검은 표지의 노트.


"성경일독을 시작했어요."

"사위, 딸, 저랑요."

"좋은 일로 딸 가정에 기도 제목이 있어서요."

"다 읽으면 서로 바꿔서 읽고, 일독을 완성해요."


가족이 함께 성경일독을 하기 위해 적어둔 노트 속 글의 모습이 단순한 '기록'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나란히 놓인 세 권의 작은 노트.

사진을 보는 순간 감동이었다.

검은 표지 위에 가지런히 붙여진 이름표엔 ‘성경일독’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엄마, 사위, 그리고 딸의 이름이 각각 또박또박 정성스레 적히고, 날짜, 그리고 성경 말씀의 분량이 적혀있었다.



하루에 몇 장씩, 서로 정한 분량을 읽고, 또 조용히 마음에 새길 것 같다.

딸은 어린 자녀와 함께 성경 속 이름들이 어렵다고, 하나씩 짚어 가며 읽고,

사위는 하루 일과 끝에 피곤한 눈을 비비며 말씀 앞에 앉는다.

엄마(지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어쩌면, 어릴 적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을지 모른다.


지인의 가족에게 성경일독은 단순한 ‘읽기’가 아니다.

이것은 세대 간의 연결고리이며, 믿음의 유산을 함께 쌓아가는 과정이다.

말씀이 가정 안으로 스며들고,

그 말씀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작은 노트에 써 내려간 날짜와 페이지 숫자,

그 안에는 어쩌면 '우리는 함께 하고 있어요.'라는 무언의 다짐 같은 것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분주해지고, 가족 간의 대화조차 줄어드는 시대지만, 이 집은 매일, 같은 말씀 앞에 앉는다.

말씀이 서로를 향한 문장이 되고,

신앙이 삶의 언어가 되어가는 과정.

중심에는 성경 한 권이 있다.


성경일독하는 지인의 가정을 상상하는 순간, 나는 Pistorius의 'Bible Reading / 성경읽기(1831)' 제목의 그림이 떠올랐다.

Pistorius는 19세기 사실적 가족 장면을 그려 가정의 따뜻하고 일상적인 숭고함을 나타냈다.

한 공간에 모여 성경을 함께 읽는 인물들은 연령과 역할이 다양하고, 가정의 믿음이 세대를 초월해 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인물의 표정, 손의 자세, 배경의 생활 도구들이 정성스럽게 묘사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읽는 이 순간’에 초대되는 느낌을 준다.

조명을 받은 인물과 주변의 어두운 공간 대비가 성경 읽기의 경건함을 강조하며, 신성한 분위기 마저 자아냈다.

가정집 내부의 식탁, 창문, 찻잔 등 현실적인 소품들이 담겨있어, ‘예배당이 아닌 일상 속 예배’라는 메시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Pistorius / 'Bible Reading (1831)'

노트와 성경책이 더해진 지인의 가정이 이 그림 속 장면과 겹치며, '말씀이 삶 속에서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Pistorius의 캔버스 위, 가정의 식탁은 작은 성전이 되고, 말씀을 읽는 손끝이 곧 '삶을 비추는 빛'이다.

지인의 노트와 펜이 ‘말씀의 손끝’을 대체한다면, 이 그림은 세대를 가르는 것은 시간보다

‘신앙의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남긴다.


인물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는 Pistorius의 화풍처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지인의 가족이 실천하는 성경 일독은 조용한 진실의 빛을 품고 있을 것 같다.

어머니의 손, 사위의 눈빛, 딸의 가냘픈 손끝까지

각자의 리듬으로 말씀을 읽고 있는 장면은,

단지 '행위'가 아닌 '존재의 고백'처럼 느껴진다.

Pistorius의 화폭이 현실로 걸어 나와, 노트 위에 앉은 듯한 풍경이다.


말씀이 그저 책 속 글자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삶의 빛'으로 존재할 때,

지인의 집은 이미 '작은 예배당'이 될 것이다.




오늘은 지인을 생각하면서 찬송가를 만들었다.

모두 끝까지 들어주기를 바란다.


https://suno.com/s/E8wDGa40gEMrWEDT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성경 한 권


1절

작은 손에 들린 말씀,

어릴 적 처음 본 그 책.

엄마의 눈빛 속 빛나던

그 말씀이 내게도 내려오네.


후렴

성경 한 권, 사랑 한 줄,

세월 따라 마음에 새기네.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믿음의 노래, 가정의 기도.


2절

고요한 밤 식탁 위에

세 사람의 숨결이 흐르고,

노모의 주름 사이로 빛나는

은총의 장, 오늘을 비춘다.


후렴

성경 한 권, 사랑 한 줄,

세월 따라 마음에 새기네.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믿음의 노래, 가정의 기도.


브릿지

램프 아래, 조용히 속삭인

그 말씀은 내 하루의 불빛.

세대를 넘고, 세월을 건너

영혼을 적시는 생명의 말.


마지막 후렴

성경 한 권, 사랑 한 줄,

기도로 잇는 영원의 언어.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우리 집 작은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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