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다섯, 다시 소녀가 되다

by 남궁인숙

오랜만에 모인 다섯 명의 친구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오면,

꼭 만나는 35년 지기 대학원 동기 친구들이 있다.

올해는 특별히 1박 2일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대학원 시절, 웃고 울던 그때의 우리가 마치 어제처럼 되살아났다.

함께한 시간은 단 1박 2일이었지만,

그 속엔 수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진한 온기가 배어 있었다.


첫날은 아차산에서 가벼운 등산으로 몸을 풀었다.

계절은 여름 초입, 동남아의 날씨처럼 무척 습하고 땀이 나고 더웠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건 옆자리의 친구들이었다.

숨이 차오를수록 더 크게 웃고,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능선을 따라 오른 우리의 마음도

점점 가벼워졌다.



저녁식사는 북경오리구이.

쫀득하게 구워진 껍질과 향신료가 배인 살코기를 토르티야에 싸 먹으며

"우리 예전에도 이렇게 먹었었지?" 라며 서로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북경오리엔 역시 연태고량주!”

누군가의 한마디에, 우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빛 병에 담긴 연태고량주 한잔을 따라 마시고,

도톰하게 잘 구워진 오리 한 점을 토르티야 위에 얹어 오이, 파채, 그리고 겨자소스를 곁들여 정성스럽게 싸서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

위장을 타고 스며드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연태주의 독한 향.

그 알싸한 첫맛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오리의 고소한 기름맛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우리는 북경오리 한 마리 반을 다 먹지 못하고,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학교 내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다섯 명이 한방에 모여서 가벼운 스낵과 과일을 놓고,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세상 즐겁고, 또 세상 다정한 시간이었다.

별 것 아닌 얘기도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다가 눈물이 났다.


진심이 오가는 순간,

나이도 직책도 내려놓은 채,

우리는 그저 ‘소녀들’이었다.

그러나 나이는 속이지 못했다.

밤의 무게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팔팔하게 밤을 지새우던 소녀들이 아니었다.

밤의 중력은 서서히 눈꺼풀 위에 내려앉았고,

수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멈췄다.

서로 눈을 맞추고 웃으며,

"내일 아침에 또 얘기하자"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엔 폭풍검색을 통해서 경치 좋은 강변의 브런치 카페를 찾아 햇살 가득한 식탁을 마주했다.

명란스파게티와 화덕피자,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라자냐를 먹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무엇보다 소중했던 건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표정을 더 찬찬히 바라보게 되는 아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는

'양평 구 하우스 미술관'

건축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걸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머물렀다.

어윈 올라프의 ‘Keyhole’ 시리즈 앞에서는

모두가 한참을 멈췄다.

들여다보는 것과 들키는 것 사이의 긴장,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시선에 대해 말없이 공감했다.

생각은 각자의 몫이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말했다.

“또 이런 여행, 꼭 다시 하자.”

오늘 나들이는 짧았지만,

우리의 마음 한편엔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다섯 여자의 1박 2일,

그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따뜻한 의식과도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섯 여자들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정리하자면,

등산길에서는 서로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북경오리구이 앞에서는 젓가락을 먼저 내어주었고,

호텔에서는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늦은 밤까지 웃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아침, 따스한 햇살이 머무는 브런치 카페에서흰 접시에 놓인 파스타보다

더 포근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년에 또 만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렇게 말하며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건 매해 한 번쯤,

이런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소중한 약속 덕분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기로 되어 있다.

그 이름은 ‘우정’,

그리고 ‘여자들의 계절’이다.


월요일 아침,

다섯 여자의 노래를 들어보자!


https://suno.com/s/2PUmN26q1RDNtcUV



다섯 여자


작사: 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햇살 스민 브런치 테이블

웃음꽃이 피어나

서로의 안부를 건네는

그 순간이 참 고마워


등산길에 발맞추며

말없이도 전해진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손을 꼭 잡던 그 마음


후렴

다섯 여자의 작은 여행

기억이 아닌 약속이 돼

내년 이맘때쯤 우리 다시

여기서 웃자, 여기서 만나자

오래오래 건강하자,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2절

테이블 앞에서 웃고

밤새 이야긴 끝없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시가 되었지


호텔방 불 끄기 전

서로에게 남긴 말

“열심히 살아, 멋지게 살아”

그 말이 꿈을 밝혀줘


후렴

다섯 여자의 이 계절이

우리에게 준 선물 같아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려

우리 또 만나, 다시 손잡자

늘 그 자리에 있을게

든든한 나의 친구야


엔딩

서로 다른 길 걷다가도

다시 또 만나기로 되어 있어

그게 바로…

우리의 우정, 우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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