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를 보며
'추앙해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사랑만으로는 부족해'
한때 이 대사가 유행을 했었다. 구 씨 신드롬과 함께. 하지만 그 당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난 뭔가 불편했고 보고 싶지 않았다. 주인공 삼남매중 막내인 미정이는 조용하고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다. 어쩌면 난 미정이에게서 내 얼굴을 봤고, 그래서 이 드라마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다시 '나의 해방 일지'를 보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를 쓴 작가님의 유명한 전 작품 '나의 아저씨' 조차 우울해서 보지 않았다. 그때도 지안이의 얼굴에서 나를 읽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극찬하던 드라마인데도 난 차마 그 드라마를 볼 수 없었다.
주인공 삼 남매는 경기도에 산다. 직장이 서울에 위치해 있어서 약속이 있거나, 회식이 있을 때 셋이 모여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 택시에서 내릴 때 각자 만원씩 걷어서 택시비를 지출한다. 이와 같은 소소한 디테일이 이 드라마의 매력인 것 같다.
예전에 보기 싫었던 드라마를 다시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비어있어서 채워지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삼 남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어쩌면 우리일 수도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대화는, 그들의 대사는 쉽게 접할 수가 없다.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들. 수 많은 대사들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몰랐지만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 인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나의 해방 일지'를 재밌게 볼 것 같다. 그늘졌던 미정이가 한 번이라도 웃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난 해방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