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위해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면 가장 먼저 '매트 필라테스'를 배운다. 아무런 기구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매트 위에서 모든 동작을 수행한다. 아직 다른 기구들을 접해보지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맨몸 필라테스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오로지 매트 위에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은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내 근력과 유연성으로 해내야만 하기에 잘 되는 동작도 있고 잘 되지 않는 동작도 있다. 당연하다. 우리의 몸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딜락이나 바렐 그리고 리포머와 같은 기구들은 매트 위에서의 동작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보조하는 기구들이다. 물론 100%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다만 각 기구에 스프링을 어디에 끼우느냐에 따라 약간의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필라테스 동작을 수행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몸이 무거우면 동작을 완벽히 구현해 낼 수 없다. 누군가의 몸을 변화시키기 전에 내 몸부터 바르게 정렬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우리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관절과 근육은 세월이 흐를수록 약해져만 간다. 몸은 쇠약해지지만 살아야 할 날은 많다.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렇게 난 몸을 공부하고 있다. 난생처음 접하는 해부학은 여전히 어렵다. 거의 매주 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점점 어렵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언젠가 우리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칠 수만 있다면 이 분야를 더 자세하게 연구하고 싶다.
처음 설렘으로 이 과정을 수강했지만 어려운 동작을 수행할 때마다, 낯선 해부학을 접할 때마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30살이 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 하루도 보낸다.
이런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큰 결심한 나에게, 커다란 도전을 한 나에게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전 세계에 나와 같은 결심을 한, 꿈을 위해 한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우리들을 위해 오늘도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