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짜리 소설

8호-알바민

by 벼리


"켈로□ 콘□로스트를 먹었는데 호랑이 기운이 안 솟아나요. 뭥미?"


민이 일하는 편의점에 밤늦게 걸려온 장난전화였다.

당시 시급 25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민은 침착하고 친절하게 "해당 문구는 과학적 근거로 밝혀진 결과가 아니라 광고 문구이며 광고는 방송윤리심의 기준 등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내용상 비유적 표현을 쓴 점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과장이나 허위 광고로 보기에는 어려운 바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물론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서 얘기했고, 상대방이 아이 특유의 어조로 "왜요?"라고 물을 때마다 상세히 예를 들어 설명했다고 한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민의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머, 그냥 그 아이가 왜 장난전화를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아서. 늦은 밤인데 아마 집에 아무도 없었을 거야. 혼자 조금 무섭기도 하고 무엇보다 심심해서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을까?"

민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려고 하는데 민이 먼저 말했다.

"그리고 나도 조금 심심했어. 잠이 오기도 하고, 뭣보다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에는 그랬구나 하고 공감해 주려는데 민이 바로 덧붙여 말했다.

"또 편의점 사장님이 테스트하는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 하하! 너 자꾸 신기하다는 듯이 보지 마. 알바도 쉬운 일 아냐.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든 거다. 너 나중에 제대해서 일하면 내 생각이 날 거야. 민이도 그때 이래서 그랬겠구나 하고."


실제로 요즘 나는 회사에 간혹 잘못 걸려오는 전화를 진지하게 응대하고 끊으면서, 그때 민의 심정을 생각해 보곤 한다.


(배경음악: 수고했어, 오늘도(옥상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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