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짜리 소설

9호-민과 엄마

by 벼리

민이 엄마와 여행을 한 뒤에 들려준 얘기이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서 같이 다녀보니까 알겠더라고. 울엄마 이만큼 나이 드셨다는 거...

난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는 계단인데,

엄마는 한 걸음 뗄 때마다 무릎이 아프신지 망설이다가 숨을 고르다가 하시면서 천천히 오르셨어.

안 되겠다 싶어서 계단 말고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찾으려고 뒤돌아서는데 괜히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더라.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어."


민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가족 얘기는 처음 들었다. 그때 민의 얼굴은 퍽 낯설어 보였다. 내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있다고 할 때 "우아, 어른이네!"라고 말하던 민의 아이 같은 표정은 내게 익숙했지만 말이다.

그날은 민이 나보다 한참 어른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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