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할 일이 있었다. 미용실에 가는 것과 걷기.
20분이면 갈 수 있는 미용실을 50분을 걸어 도착했다.
돌고 돌아 커다란 이 빠진 원을 그리며 걸었다.
걸으며 뭘 했냐면
빙판길이 많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했고
신도시를 채워가는 새 간판을 구경했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철학이나 미래, 정치, 아이들은 잊었다.
걷는 중이었으니까.
미용사가 가려움이 심한 내 두피에 풍성한 거품을 내 정성껏 빗질을 하는 동안 나는 이 추운 날씨에 굳이
먼 길을 돌아왔다는 얘기를 했다.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얼버무렸다.
미용사 30분째 빗질을 하는 동안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했냐면
이런, 목이 넘어갔다.
-제가 잤나요?
-아까부터요.
-아닌데, 난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이요?
-그게...
이번에도 얼버무렸다.
운이 좋게도 토요일에 많이 걸었다. 생각은 덜 했다.
(게다가 두피가 시원하다.)
감사하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