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가려면
분신술이 필요하다
나를 대체할 완전한 나가 필요하다
나2에게 내 삶을 맡기고 떠나겠다
불안해서 돌아올지 모르니
최면술로 기억을 지우자
내가
누구의 딸인 것도 잊고
결혼했다는 것도 잊고
아이가 있다는 것도 잊고
그래, 이름도
잊어버리자
미안할 것도
걱정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복잡할 것이 하나도 없는
어엿한 생명체가 되어
휴가를 떠나자
한 삼일만
아무렇게나 뒤척거리며
내 몸 어딘가
낯선 소음이 새어 나오진 않는지
살펴보고 왔으면
그것만 염려하다 왔으면
기억을 지운 나는
고단함의 이유를 알지 못하리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
그저
몸을 뒤척거리겠지
지루하게
더없이 지루하게 ㅡ
한 삼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