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코스모스> 리뷰 ①
더 보태거나 덜어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럭저럭 우주물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일이다. 유년 시절에는 우주를 주제로 한 다큐나 영화를 유독 무서워했다. 이때에 '무서움'이란, 우주가 내 지각의 범위를 넘어설 만큼 거대해서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공연히 오빠를 따라 우주 다큐멘터리를 볼 참이면, 우주를 인식하게 되었고, 내가 너무 작아져서, 쿵 떨어지는 듯한 신체의 감각이 느껴졌다. 아마도 칼 세이건이 말한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p.36)일 것이다.
모든 책은 1장이 가장 훌륭하다지만, '코스모스'의 1장은 더 보태거나 덜어낼 것 없이 완벽한 문장과 사유로 이뤄져 있다. 작가 세이건은 독자를 우주 저 멀리 4만억광년이나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서, 인류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일깨운 뒤, 기꺼이 지구로 돌아온다. "기나긴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작고 부서지기 쉬운, 청백색의 세계로 돌아왔다. 우리의 상상력이 아무리 대담하게 비약한다 한들 지구를 코스모스라는 광대한 바다와 대등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행성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푸른 질소의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서늘한 숲이 펼쳐져 있으며 부드러운 들판이 달리는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p.46)
세이건은 그리고서 시간적 배경을 과거로 돌려 별을 관찰했던 고대인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에라토스테네스 이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들은 성실히 별을 관찰했고, 과학적 가설을 세웠으며, 근대인의 지구 탐험에 도움을 주었다. 콜럼버스와 같은 근대인들은 별을 나침판 삼아 몇 백년 동안이고 용감하게 탐험에 나섰다. 그 결과, 인류에게 남은 미지의 영역이라곤 우주밖에 없는 현대에 도달한다. "신대륙도, 잃어버린 땅도 지구에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황량하고 외딴 지역이라도 찾아가서 탐사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는 인간이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우주로 과감히 나아가 지구 이외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한 위대한 시대이다.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던 지구의 모습을 지구 바깥에서 내려다본 기쁨은 얼마나 큰가."(p.54) 작가는 다시 지구 밖으로 우리를 끌어올리면서 인식이 확장되는 듯한 사유의 기쁨을 공유한다.(크 갓세이건)
너무도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한 짧은 토막글만 읽어보았을 뿐 '코스모스' 전체를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세이건이 몹시 친절하지만 대담한 전개를 펼치는 과학자라는 걸 알았더라면 진작에 읽어봤을 것 같다.
지난7월 인류는 달 탐사 50주년을 맞았다. 앞서 4월에는 새로운 분기점이 된 블랙홀 관측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우주와 관련한 과학책을 읽기에 좋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