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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군 Jan 02. 2023

선생님! 연애상담 해주세요!

스턴버그의 사랑의 세 가지 요소

학생들이 주로 호소하는 고민 중 하나가 연애문제입니다. 저는 중고등학생들이 그렇게 연애를 많이 하는 줄 몰랐어요. 저 어릴 때도 주변에 누굴 사귄다는 친구들이 드물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때 저는 친구들이 뭘 하는지 모르면서 살았구나 싶기도 해요.


상담교사가 되고 보니 연애고민을 들고 오는 학생이 정말 많아요. 그냥 여자친구, 남자친구 소개해 달라는 말부터 하는 친구도 있어요. 앉혀 놓고 얘기해 보면 자신은 왜 애인이 안 생기냐는 한탄을 시작해요. 사실 청소년기에는 특별한 결함이 없어도 이성에게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연애를 못 하기도 하니까 저도 해줄 말이 없지요. 다만 학교나 학원, 종교시설이나 동호회 등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이제까지 언급했던 잘 듣기, 반응하기, 충조평판 하지 않기 등 기본적인 덕목을 잘 지켜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럼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구요.


그리고 또 대표적인 연애고민 유형은 한숨을 푹 쉬며 ‘이거.. 헤어지는게 맞나요?’라고 대뜸 말하는 사례죠.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연락이나 선물 문제로 자길 서운하게 한다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나쁜 습관이 있다거나 해서 못 참겠다는 거죠. 이런 연애상담 친구랑 많이 해 보셨죠?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답을 정해놓고 하는 상담’이라고 하잖아요. 네가 무조건 옳고, 애인이 잘못했네라고 말해서 속을 풀어주는 대화 말이에요. 들어 보면 친구는 가련한 피해자고 친구의 애인은 세상 나쁜 사람이죠. 심리학 용어를 쓰면 자기 위주의 편향이 극단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듣다 못한 친구가 ‘그래 헤어져!’라고 말해도 다음날 보면 하하호호 데이트만 잘 하고 있죠. 참 답답하기 짝이 없는 유형이에요.


이쯤 되면 여러분도 동의하시죠? 연애 상담은 진짜 어렵다는 거요. 친구문제, 가족문제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상담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요. 겪는 본인도 고통스럽고, 상담자도 머리가 아픕니다. 도대체 다른 대인관계 문제와 어떤 차이가 있기에 그럴까요?


스턴버그(Sternberg)는 사랑에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헌신(committment)이 그것이죠. 친밀감은 친하다는 느낌 자체를 말해요. 편안함, 유대감이죠. 친구는 기본적으로 친밀감이라는 요소로 결합이 되어 있지요. 헌신은 노력과 책임을 말해요. 우리가 누군가와 잘 지내려면 연락도 종종 하고, 그 사람을 위해 희생과 기여를 해야 하잖아요. 친구나 가족에게는 친밀감과 헌신이 있어야 장기적인 관계가 유지되지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이는 여기에 열정이라는 요인이 관여합니다. 상대에게 성적인 매력을 볼 때 느끼는 강렬한 끌림이지요. 누군가에게 반하면 콩깍지가 씌워지고, 그 사람의 모든 면이 다 훌륭해 보이죠. 없으면 못 살거 같고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하구요. 친구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감정을 경험하진 않지요. 어떤 사람을 연애 대상으로 사랑하면 강렬한 호감을 경험하듯, 그 사람에게 거절당하면 인생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체험하죠. 함께하고 이어지고 싶은 욕망이 친구나 가족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연애할 때 이성을 유지해서 판단하고 행동하기 힘들어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반하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어합니다.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다 바치더라도 말이죠. 친구가 함부로 대하거나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면 절교하면 되지만, 연인에 대한 애착은 더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으려고 합니다. 헤어지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게다가 상대도 나를 무한대로 좋아하기를 바라므로 조금만 소홀해져도 못 견딜 정도로 서운합니다. 심리학자들은 불같은 성적 끌림의 유효기간을 100일 정도로 봅니다. 이 시간이 지난 이후 상대에게 느끼는 불같은 성적 매력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급격히 균열이 생기며 심한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스턴버그는 사랑에는 세 요소가 다 필요하다고 말한 겁니다. 처음에는 열정이라는 동력으로 연인사이가 유지되지만, 나중에는 친밀감과 헌신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죠. 같이 즐기는 취미도 있고, 말도 통해야 친밀감이 유지됩니다. 귀찮아도 연락을 이어나가고, 상대의 요구에 맞춰주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헌신행동이 서로 간에 느꼈던 호감이 식지 않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스턴버그는 열정, 헌신, 친밀감이 모두 갖춰진 사랑을 완전한 사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연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낀다면 한번 내 애인이 친구라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친구나 가족에게는 못할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너무 과한 기대를 하고 있다면 고통스러워도 이를 접을 줄 알아야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이도 결국 장점도 단점도 있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느끼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거든요. 그리고 꾸준히 성적인 매력을 가꾸고(열정),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고(친밀감), 서로 돕는(헌신) 태도를 유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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