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비밀
여러분, Emotion이라는 영어 단어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아마 써본 적은 없을 거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 단어를 목록으로 암기할 때 한번쯤 읽어봤을 겁니다. 반대로 Feeling은 잘 아시죠? 앞의 단어는 한국어로 하면 ’정서‘, 뒤의 단어는 ’감정‘입니다. 갑자기 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다 말고 단어 소개를 할까요?
감정의 속성이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서‘라는 개념을 만들어 감정과 분리해서 쓰는 것이죠. 이 책은 심리학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에 보통은 정서라는 개념에 포함시키는 감정의 특이한 두 가지 속성을 얘기해 볼게요.
첫째, 감정 중에 많은 부분은 본인도 모르는 속마음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상담할 때 상담자가 ’지금 느낌이 어때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어요? 지금 바로 떠오르는 기분을 말하겠죠? 근데 그게 감정의 전부는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아무리 느끼려 해도 느껴지지 않는 더 큰 감정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에요. 그런게 있다는 걸 어떻게 아냐구요? 여러분도 자신의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느끼지 않나요? 본의가 아닌 말실수, 이유 없는 질투나 시기, 평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감 같은 것이요. 나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가 나타나는 불청객들 말이에요.
둘째,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는, 마치 성격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감정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내담자의 마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를 ’우울이 있는 사람‘, ’불안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감정을 물리적 실체처럼 취급하는 거지요. 이별을 겪으면 슬프고, 뱀이나 주사를 마주하면 무섭죠. 그러나 그런 감정은 상황에서 벗어나면 수그러듭니다. 그러나 어떤 감정은 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높은 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수 있는 거죠. 분노 감정이 내재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화가 나 있는 상태고 앞으로 억울한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겁니다.
셋째, 감정에는 항상 생각과 몸의 반응이 따라옵니다. 공포라는 느낌만 떼어놓고 보면 감정이죠. 이 때 뭔가 재난이 일어날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두근거리고 소름이 돋는 신체반응도 나타나구요. 생각과 신체반응은 항상 감정과 함께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몸의 느낌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생각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꾀하기도 하구요.
심리학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의 힘이 더 세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좋은 사건에서 말미암은 즐거운 감정보다, 나쁜 사건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더 크게 느낍니다. 그건 인간의 목숨이 한 개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오래된 특성입니다. 한 번의 위험한 사건을 피하는 것이 열 번의 즐거운 일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많은 걸 가지게 되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포와 불안의 힘은 본능적으로 강렬합니다. 가족이나 동료의 상실이 강한 우울을 불러오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집단을 이루어야 살 수 있는 인간에게 동료를 잃는 것은 치명적이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몫을 침해당했을 때 받는 불이익에 반격하지 않으면 삶에 필요한 자원들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인간은 종종 분노감정을 일으켜 투쟁합니다. 부정적 감정은 인류를 존손시킨 원동력이었던 거죠.
이처럼 수 백만년 간 생존을 위한 일차원적인 위한 투쟁을 해온 우리는 유전자에 감정이라는 도구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에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생존을 위협하진 않죠. 이렇게 된 지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에 각인된 정서의 불균형 때문에 마음고생이 있는 거지요. 부정 감정과 긍정 감정을 불균형하게 느끼는 특성 말이에요.
그동안 여러분이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사는 게 힘들었다면 그건 당연한 인간 조건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서 이 절에서 정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어요. 그렇다면 이제 이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