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는 순간들1 - 연인관계
같은 카페, 같은 시간.
창가 맞은편 테이블에는 또 다른 연인이 앉아 있었다. 여자는 잔을 내려놓으며 무심한 듯 남자의 휴대폰 화면을 흘끗 바라봤다. 눈길은 잠깐 머물렀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이미 마음속에서는 오래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굳이… 연락 안 해도 되는 사람들한테 계속 답장해?”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예의잖아. 별 뜻 없어.”
짧은 대답. 그러나 그 무심한 말투가 여자의 마음에 얇게 쌓여 있던 불안을 건드렸다. 단순히 이번 한 번의 문제가 아니었다. 반복되는 ‘무심한 태도’가 그녀를 서운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억눌린 감정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오자, 그동안 삼켜온 서운함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 작은 불씨 같던 표정은 금세 불안의 기름을 만나 타오르기 시작했다.
커피잔이 탁자 위에서 덜컥거렸고, 눈빛은 서로를 찌르듯 부딪혔다.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된 말이 꼬리를 물며 커지자, 대화는 단숨에 날카로운 언성으로 변해 갔다.
지현은 건너편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자신과 그가 나누던 조심스럽고 설레는 대화와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인데도 한쪽 테이블에는 가벼운 웃음이 흐르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불신과 긴장이 엉켜 있었다.
지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의 설렘과 작은 불안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함께 자라나는 거구나. 사랑은 한쪽 얼굴만 가진 게 아니야. 달콤한 기대와 불안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처럼 겹쳐 나타나지.’
잠시 후, 언성을 높이던 두 사람은 결국 말을 멈추었다. 남자는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시선을 피했고, 여자는 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자리를 작은 침묵이 채웠다.
지현은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언젠가 자신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일지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였다. 중요한 것은 그때 불안이나 다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건너는가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창가 너머로 저녁 햇살이 기울며 카페 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창을 통한 한가로운 저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타르티니가 꿈에서 보았다는 악마의 연주 그 바이올린 소나타곡 〈악마의 트릴〉이 커플의 갈등을 대변하듯 선율을 휘날리고 있었다. 따뜻한 빛은 길게 스며들었지만, 그 옆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현은 그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랑의 얼굴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를 함께 품고 있구나.’
“한 공간 안에서, 설렘과 불안은 동시에 자라난다.”
관계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그 설렘 곁에는 작은 불안이 함께 깃든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다투며,
사랑은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궁합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을 때,
비로소 온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