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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20. 2023

나의 150%를 쓰고, 쉬고.

인터뷰어 다올 / 포토그래퍼 구름



* 하기 시간여행사 운영하시는 하기과의 인터뷰입니다.






사진관 공간 꾸리는 건 다 직접 하신 건가요?

    셀프 인테리어를 했어요. 원래 천장이 뚫려 있지 않았는데 다 페인트칠하고. 화장실도 처음에는 진짜 말도 안 됐었는데 새로 고치고. 벽에 걸린 시계는 포르투갈 여행 갔을 때 발견한 건데 여행이 7주나 남았는데 사버린 거예요. 거의 망가지기 전까지 들고 다녔어요. 저 시계를 보고 기차역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소품도 막 사 왔어요. 


    숨고 앱 통해가지고 업자분들을 한 분 한 분 컨택했어요. 안쪽에 있는 의자는 목수분께 의뢰한 건데 최대한 저렴하게 하려고 처음 하시는 분께 맡겼더니 너무 말이 안 되게 온 거예요. 울면서 리콜하고 다시 고치고 그랬어요. 제가 생각했던 예산이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초과돼가지구요. 촬영해서 돈 벌면 공간 만드는데 쓰고, 또 벌면 여기다 쓰고 그랬어요.






이 노트는 뭔가요?

    이거는 질문 방명록이에요. 질문들이 다양하게 있어요. 손님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써주셨어요. 노래 가사도 써주시고. 질문은 제가 생각하거나 어디서 좋은 거 긁어오거나 했어요. 읽다 보면은 되게 뭉클한 게 많은데. 손님들이 다양하게 오세요. 사진관 초창기에는 친구들이 와줬고, 나중에는 멀리서도 손님들이 와주시고 하시더라고요. 부산에서도 오시고, 해외여행 오셔서 코스처럼 들렀다 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애들도 많이 오나 봐요?


    애기들 많이 와요. 최근에도 두 살짜리 애기들 오고. 진짜 (귀여워서) 미쳐버려요. 제가 돌 사진도 찍거든요.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기 사진 올라오면 그거 타고 타고 저희 사진관으로 오시는 분도 계시고, 소개로도 오시는 것 같아요. 


    제가 아기를 너무 좋아해가지구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면서 찍고 있어요. 애기들 오면 인형 들고 와서 보여주고. 사진관 안에 재밌는 게 많으니까 같이 뛰어놀고 그래요. 애들이랑 공 던지고.






사진관 인스타그램 계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운영하시는지

    요즘은 사실 좀 손을 놔서 조급한 상태이긴 한데. 초반에는 노가다하듯이 비슷한 해시태그 그룹에 있는 사람들 계정 찾아가서 엄청 소통했어요. #필름사진 #인물사진 이런 해시태그 쓰는 작가분들 게시물 좋아요 열심히 누르고, 댓글 바로바로 남기고 그렇게 해서 팔로워 1천 정도까지는 가게 된 것 같아요. 그 후부터는 한 번씩 유명하신 분들이랑 작업했어요. 유튜버 이연님은 예전에 인터뷰 프로젝트 했을 때 같이 했었거든요. 그리고 꾸준히 하루에 업로드를 한 두 개씩은 했었거든요.


그만큼 작업을 많이 하신 거네요.


    지금은 이제 제 장소가 있고 한데, 완전 초반에는 카메라랑 짐이랑 한 보따리씩 들고서 양화 한강공원 갔다가 서울숲 갔다가 서점 갔다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했거든요. 그때 좀 많이 몸을 고생시키면서 치열했다. 다시는 그렇게 못하죠.


에너지 관리하는 게 고민이실 것 같아요.


    어떤 분이 그랬는데, 현명하게 살려면 자기 에너지의 80씩만 써야 한다고요. 근데 저는 늘 어떻게 해서든 150을 쓰고 방전하는 유의 인간이에요. 예를 들어 한 번 불붙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게 잠들기 직전에 끝날 만한 양이 아닌 걸 아니까 자꾸 밤을 새워서 하루를 길게 살려고 그래요. 그렇게 길게 며칠 살아주고 뒤에 이틀 정도는 완전 집에서 누워있어요. 미드 시트콤 미친 듯이 돌려보고. 네, 그렇게 살고 있어요. (하하)






하기의 앞으로의 시간이 궁금해요

    시즌2 느낌으로 공간 운영을 계획 중이에요. 사진 찍는 건 혼자의 사업으로 가져가되, 공간 운영은 팀 꾸려서 콘텐츠도 만들고 여러 프로젝트도 주기적으로 하는 것들을 올리려고 해요.


    세계관을 만들고 철학적인 무언가를 구현하는 것들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공간에서 할 기획이나 프로젝트 아이디어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실현하려면 또 장소 대관해야 되고 사람 모으는데도 시간도 걸리고 하다 보니까. 그런 걸 하고 싶어서 이 공간(사진관)을 만들었던 건데 초반에는 월세 내고 사진 보정하는 게 우선순위가 되니까 그것들을 못 했어요. 


어떤 프로젝트 하고 싶으세요?


    이야기가 담긴 낭만적인 사진관을 운영하고 싶어서, 생각지도 않은 것들이랑 콜라보를 많이 하고 싶어요. 시인 분들이랑 콜라보한다던지 밴드분들 이랑도 콜라보해서 음악을 즐기는 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든지. 옛날 책 중에 <꿈을 찍는 사진관> 있잖아요. 사진관인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같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여기서 오픈 마이크도 했었거든요. 어떤 분은 시 읽으시고 어떤 분은 기타 치시고. 짱이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게 하는 거예요. 크리스마스 때는 어떤 분은 술 살짝 드셔서 스탠딩 코미디도 하시고. 대박이죠! 






    제 주변에도 노래 좋아하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 부르는 친구들이 좀 있었거든요. 친구들 초청해서 같이 오픈 마이크 행사도 하고 싶고, 요즘에는 아이스크림 가게 콘셉트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 거기랑 콜라보해서 정말 추상적인 예시로 ‘사랑받고 싶은 맛’ 아니면 ‘추억이 떠오르는 맛’ 이런 컨셉이요. 어떤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면 그 배경 색깔로 사진 찍고 그런. 


    몇 년 동안 공간 언젠가 가져야지 언젠가 가져야지 했는데 그게 한 10년 뒤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가족 상황도 그렇고 제가 돈을 빡세게 벌어야 했었던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빨리 공간 오픈해서 사람 맞아야겠다 - 이렇게 공격적인 준비 태세가 갖춰졌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딱 먹고 나니까 공간 구하고 진행하는 게 거의 그냥 속전속결로 된 것 같아요. 






취미로 좋아하는 거랑 사업을 하는 그러니까 수익성을 내는 건 좀 다르잖아요.
사진을 한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대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일단은 저도 만만치 않게 제 ‘쪼’대로 살아야 하는 게 너무 강해 가지고. 사실 뭐라고 하시든 말든 그냥 밀고 나가버렸어요. 그래서 아빠도 처음에는 아예 이해를 못 했다가 이제 어느 정도 과장되게 말하죠. 돈을 이만큼 벌었네? 아니면, 사람들이 이렇게 막 보고 있네? 그러니까 아버지가 어느 순간 괜찮네 - 하면서 좀 지원해 주시는 느낌이 됐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오히려 사진 콘셉트만 잘 잡으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스냅사진 찍어서 올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지셨잖아요. 그래서 비슷하지 않은 - 특별한 뭔가 콘셉트가 있으면 오히려 돈을 벌기가 좋아지지 않았나.






오늘 이야기들이 제게 많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의 구성이 영감이 될 만한 친구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랑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자극되고 영감을 받고. 제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나는 걸 수도 있는데, 다들 이 사회에서 꼭 가야 할 것처럼 제시해 놓은 것대로 안 사는 친구들이거든요. 그래서 되게 안 외롭고 이렇게 살아도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는 안락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다 보니까 또 새로 넓어지는 세계에서 만난 친구들도 있죠. 그냥 되게 안전하고, 이렇게 막살아도 될 것 같아요.






인터뷰어 다올 / 포토그래퍼 구름

2023.07.06 하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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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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