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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25. 2023

내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사람

인터뷰어 다올 / 포토그래퍼 필재



* 꾸꾸&싸바 과의 커플 인터뷰입니다.






연애의 시작

꾸꾸

- 1학년 1학기 때 엘씨(LC)로 봤어. 그때는 안 친했어. 그러다 같이 혼네(Honne) 콘서트를 보게 된 게 2학기인가? 그걸 보고 나서 급격히 친해진 거야.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 호감이 있는 걸 알게 됐어. 그러고 나서 불행히도 코로나 학기가 되어버린 거야. 


만날 빌미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연을 더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봉사활동을 같이 하게 됐는데 그때 급속도로 친해졌어. 일주일에 세 번을 갔는데 사실 봉사활동은 구실이고 끝나고 뭘 먹으러 가거나, 자전거 타러 가거나, 영화 보러 가거나 그랬지. 


그때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는데 ‘썸’을 타는 단계였던 것 같아. 지금 돌아보니 거의 1년 동안 썸을 탔어. 근데 그때 싸바가 군대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



싸바

- 서로가 좋은 걸 확인한 상태잖아. 나는 군대를 가야 하는데 누나랑 사귄다고 하면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2년을 기다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미안한 거지. 


그때 아는 분이 조언해 주신 게, 네가 좋아하면 사귀는 게 맞다. 그러다 만약에 헤어지면 그건 군대 때문이 아니라 너희 둘 관계가 소원해서 헤어지는 거다. 그걸 듣고 고백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


제대로 고백하고 싶었어. 왜 누나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든 것을 다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말로 하기에는 좀 그래.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누나 생일날 갖고 싶어 하던 곰 인형을 준비했어. 막상 고백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거기 편지도 있으니까 읽어봐” 하고 후다닥 도망갔어.






연인이 좋은 점

싸바 

– 누나가 나랑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보통 대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고등학교나 중학교 친구들처럼 오래 붙어 있지는 않으니까,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잖아. 당연할 수도 있지만 왠지 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 느낌. 근데 누나는 그런 면에서 나와 비슷한 것 같았어. 너무 좋은 면만 보여주기보다는 털털한 모습들도 보여주는.



꾸꾸 

– 나는 자기 주관이 강하고 평소에 생각을 쏟아내는 편이야.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말하면서도 남들이 듣기에 조심스러운 발언들이 있는데, 싸바는 다 수용이 가능한 거야. 그냥 다 들어줘. 그게 제일 좋은 거 같아. 내 고집이나 생각을 가감 없이 소환할 수 있어서.






연애의 기쁨과 슬픔

1.


꾸꾸

– 내향적인 성격이라 다른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많이 빨려. 그래서 연달아서 약속 못 나가고 꼭 텀을 두고 나가야 하거든.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고 적절한 반응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에너지가 잘 방출이 되는 것 같아. 근데 싸바를 만나면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 없이 노는 기분이 드는 거야. 에너지 소모 없는 가장 친한 친구를 만든 것 같아. 


싸바 

– 누나를 만나기 전이랑 후랑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 고등학교 사진 보면 관상도 되게 달라졌어. (웃음) 사회화가 된 것 같은데, 남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다방면으로 성숙해졌어. 원래 나는 취미라고 할 게 없고 게임만 했는데 누나는 책이나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 영향으로 조금씩 더 읽게 되고. 말하는 방법도 옛날엔 좀 거칠었던 것 같은데 더 부드러워졌어.



2.


싸바 

– 누나가 우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거든. 나 때문에 누나가 울었을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렸다는 생각에 너무 슬픈 거야.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더라고. 전에 누나에게 고백했을 때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감정의 동요를 만드는 사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어. 누나가 우니까 나도 슬퍼지는 거야. 가장 슬펐던 것 같아. 


꾸꾸

– 나는 슬픔이라는 감정보다는 화를 잘 느끼는 것 같아. 딱 슬프다는 마음을 느낀 건 싸바 군대 가기 전날에. 얘랑 안 사귀었으면 이런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는데 사귀고 나서 싸바를 보낸다는 생각에 그냥 슬펐던 것 같아.






서로가 없었다면

꾸꾸

평소에 허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내가 인생의 모든 선택을 하고 그게 나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게 언젠가부터 너무 부담스러운 거야. 누가 이거하고 저거 하라고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공부하고 밥을 먹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거야. 찾아보니까 이런 걸 ‘허무주의’라고 하더라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그래도 싸바랑은 어쨌든 만나야 하니까. 만나서 얘기를 해. 그러다 보면 고민이 잊혀지는 거야. 싸바를 만나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거야. 후회되는 과거랑 불안한 미래를 보지 않고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걱정하는 것도 에너지고 현재를 즐기는 것도 에너지잖아. 내 에너지양은 정해져 있는데 이거를 지금을 즐기는 데 쓰면은 걱정에 쓸 에너지가 없잖아. 



싸바 

– 최근에 그런 얘기를 했어. 내가 누나 안 만나고 다른 여자 만났으면 군대에서 헤어졌을 거라고. 누나를 안 만났으면, 사회성 자체는 늘어나는데 성숙해지지는 못했을 것 같아. 지금 내가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건 누나의 공이 큰 것 같아. 누나는 뚝심 있고, 기둥 같은 역할이라.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살지 못했을 것 같아.






인터뷰어 다올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8.04 꾸꾸&싸바  커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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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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