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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30. 2023

사랑은 세상을 같이 모험하는 것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밤





* 치치&치타 과의 커플 인터뷰입니다.




서로를 만나오며 닮아간 부분이 있나요?


치타

모든 부분이 다 닮아져요. 연애하시는 분들 다 그렇지 않으신가요? (웃음) 장난도 닮아지고 식습관도 닮아지고, 말투도 닮아지고, 둘만 아는 장난도 생기고요. 취향도 많이 닮아가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를 만나며 독서라는 취미도 생겼네요. 서로 다른 점들이 있는데 그걸 흥미롭게 보게 되더라고요.


치치

저는 남자친구의 체력과 건강한 마음을 닮아간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해요. 매일 헬스장도 가고 달리기도 하고. 

반대로 저는 원래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었어요. 체력이 고갈되는 것도 많이 느꼈고요. 남자친구 자취방 가는 길이 오르막길인데 그 길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지칠 때가 많았고,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눈 감고 잠들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창덕궁 데이트를 기점으로 마음을 다르게 먹게 됐어요. 그 날 돌아다니다 보니 힘들어서 자꾸 앉아서 쉬었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몇 번 기다리다가 그냥 한 번 가보자, 지금 힘들어도 그냥, 그냥 가다보면 괜찮아진다고 말을 한 거예요. 처음엔 이게 이해가 잘 안됐어요. 힘들면 쉬어야지. 그런데 진짜 남자친구 말 대로 한 번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그때 한 번 해보니까 다음에도 되고, 그 다음에도 되고. 그러면서 체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서로를 만나며 변화한 모습이 있을 텐데요.
변화한 부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무엇인가요?


치치

이거 바로 대답할 수 있어요. 삶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이게 첫 연애인데, 이전까지는 삶에서 연애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일하는 걸 좋아했고, 그걸 잘 해내는 것이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땐 놓치는 것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건강도 엄청 안 좋았었고, 주변 사람들과 저를 잘 못 챙기기도 했고요. 그런데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게 되면서 그것들이 덜 중요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거나 힘든 일을 나누지 않는 편이에요. 나의 생활은 나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잘 들어주는 남자친구 덕분에 저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너무 서툴고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사람을 진심으로, 귀하게 대해요.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이고 그래서 닮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가 주변 사람들을 생각보다 덜 챙기고 있었더라고요.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성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지금은 일 말고도 삶에 소중한 것들이 많고, 그것들이 고르게 균형이 잡혀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이 감사해요.


치타

타인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저는 대부분의 질문에 30초 안에 대답이 떠올라요. 쉽게 말을 하는 편인데 여자친구는 저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여자친구는 오래오래 고민하고 자기만의 말을 해요. 그 말들은 깊고, 진심이고, 좋은 이야기라는 게 느껴지죠. 여자친구의 이런 말들은 그 울림이 달라요.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게 연인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여자친구를 만나며 이 부분을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아니었으면 없었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만약에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면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할 것 같나요?


치타

모험하자고 표현할 것 같아요. 같이 모험하자.

이걸 얘기하려면 행복에 관한 저의 정의를 얘기해야 해요. 예전에 어떤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한 사람이 칼을 치켜 들며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뒤에는 동료가, 사방에는 적이 있는 그림인데, 저는 이걸 보고 이게 행복이다 싶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한 명 있고, 친구들도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적절한 시련도 있고. 이 모든 것들이 골고루 있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 조화롭게 있어야 행복이다. 이때 모험을 떠나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요.

모험을 떠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가족과 다르게 제가 스스로 선택한 사랑하는 사람이요. 그러니까 삶이라는 모험을 함께 할 동료를 선택한 거죠. 연인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그런 모험을 함께하고 싶어요. 이게 저의 사랑입니다.


치치

자주 곁에 있으며 많이 귀여워할 것 같아요. 약간의 괴롭힘도 같이요. (웃음) 저는 좋아하는 사람은 찌르고 싶더라고요.

저는 갈등을 회피하는 성격이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괜찮은 척 하고, 너무 힘들면 잠시 그 관계에서 거리를 두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다가가고. 친구들은 그렇게 해도 잘 지낼 수 있었는데 연인 사이에서는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고 멀리하면 그 순간은 괜찮을 지 몰라도 저의 근본적인 마음은 공유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깊은 관계는 좋은 것만 나누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거, 싫은 거, 질투나는 거, 미운 거 다 나눌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런 걸 나누어도 멀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계속해서 같이 가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피하지 않게 되었어요. 저는 여전히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 때 피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관계를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이걸 받아들이고 나누게 된 것 같아요.어느 순간 상대방도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있지만 나와의 관계를 위해서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일종의 해탈을 겪었어요. 이런 걸 나누는 당신들을 뭘 하든 사랑하겠다. 이 해탈의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엄청 귀여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랑의 표시로 귀여워하고 찌르고 장난치고 싶어져요.




두 분이 만나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치타

올해 초, 겨울이었어요. 라이카 시네마라고 작은 영화관에서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영화를 봤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어떤 이유로 저희 둘이 다툼이 있었고 그래서 영화관에 조금 늦게 도착했지 뭐예요. 원래의 갈등에, 영화를 늦게 보게 된 것까지 더해서 감정이 상해있었는데 그걸 덜 푼 상태로 그 영화를 보게 된 거죠.

그런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정함이었어요. 다정하게 살아가자.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반성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나니까 영화 보기 전 싸운 건 생각도 안 났어요. 그냥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어요. 그런 주제의 영화가,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의 경험이 저에게는 낯설어서 그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치치

남자친구가 저를 지지해준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감정적으로 업다운이 있는 사람이에요. 기분이 좋을 때는 엄청 좋고, 나쁠 때는 엄청 나빠요. 반면에 남자친구는 감정 기복이 거의 없어요. 담담하고 일관된 사람이죠.

20대 초반, 일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던 때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했어요. 감당이 안되는데 완벽주의와 겹치니까 일이 잘 안 풀릴 때 너무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런데 이럴 때마다 남자친구가 항상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어요.

너는 잘하고 있어.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너는 정말로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항상 옆에서 지지해줄 테니까 계속 가보자.

남자친구의 응원으로 다시 힘을 내서 일하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은 날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남자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하곤 했는데, 남자친구가 자취방으로 저를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재밌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그랬더니 우울했던 기분이 싹 괜찮아졌어요. 이제는 슬프면 울고, 맛있는 거 먹고 털어내요. 남자친구 덕분에 힘을 얻었고 또 스스로 힘을 내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사랑하면 좋은 점이 뭔가요?


치타: 연인이랑 함께하면 모든 게 다 즐거워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연인이랑 먹을 때 가장 맛있고, 지하철을 타도 연인과 함께 타면 즐겁고, 책을 읽어도 연인과 함께 읽으면 더 좋아요.


치치: 남자친구는 어떤 얘기든 잘 들어줘요. 일상을 언제나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치타: 여자친구가 하루에 많은 걸 느끼고 배워요. 유튜브와 책을 넘나들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걸 저에게 얘기해주는데 저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즐거운 이야기를 매일 가져올까 싶을 정도로요. 몇 년째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게 한 번도 지겹거나 시시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어요. 매일 자기 일상을 얘기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그리고 행복하다니. 이게 사랑의 좋은 점인 것 같아요. 내일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니 이야기가 떨어질 일도 없고요.


치치: 제가 맨날 디자인 얘기를 하는데, 사실 디자인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없을 거란 말이예요. 그런데도 남자친구가 매번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들어주더라고요.


치타: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그냥 여자친구와 나누는 모든 대화가 재미있어요.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밤

2023.08.30 치치&치타  커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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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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