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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Sep 20. 2023

기댈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인터뷰어 졔졔 / 포토그래 밤


장하린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휴스꾸 첫 운영자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셨잖아요.
휴스꾸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아마 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차에 휴스꾸에 도전했던 것 같아요. 원래 휴먼즈 오브 시리즈가 전 세계별로 있잖아요. 그래서 알고 있었는데 때마침 성대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제가 처음 본 게시물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자과캠에 계란빵 할아버지 지금도 계시나요? 그때는 그분이 좀 유명하셔서 ‘자과캠 계란빵 아저씨’ 이렇게 해서 게시물이 하나 올라온 거예요. 이제 그걸 보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죠. 같이 하고 싶다고. 휴스꾸도 막 시작했던 때였고, 저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타이밍이 맞아서 같이 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하린님은 도전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편이신 것 같아요.


   원래 저도 모든 일에 도전하지 않아요. 뭐 하나 꽂히면 도전하는 거죠. 그때 휴스꾸가 유일하게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무언가 하고 싶다는 게 없었어요. 대학교 와서 관심 분야가 생기고 그때 좀 한창 ‘나는 뭘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때에 용기가 좀 있었나 봐요.


그럼,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가 ‘몬스터 주식회사’가 있어요. 수많은 납작한 문들을 열어보면 그 안에 각각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사람들 이야기도 그런 것 같아요.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시계 하나, 신발 하나도 그게 그 사람의 손목과 발에 오기까지 여정을 들어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이야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최근에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카와 노는 거요. 너무 귀여워요. 근데 6살이라 지금은 이제 약간 덜 귀여워졌어요. (웃음) 그냥 이렇게 여기 앉아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커버렸거든요. 그래도 너무 착하고, 너무 귀엽고, 옆집에 살아서 자주 봐요.


조카분과 함께 하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너무 귀여운데, 그냥 너무 귀여워요. 특히 예쁜 말을 많이 해줘요. 제가 놀러 가면 ‘이모가 와줘서 너무 좋아, 고마워’ 이런 표현을 해줘요. 그러면 또 감동받고. 저를 되게 좋아해 준다는 표현을 할 때 감동받아요.






가족분들 중에 하린님에게 힘이 되어 주는 존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엄마인 것 같아요. 엄마랑 제일 친하고 안 맞는 게 거의 없는 느낌이에요. 여행도 많이 같이 다니고, 힘들 때 의지도 많이 해요. 엄청 친구 같은 사이여서 제일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요.


그럼 어머님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 있으세요?


   제가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작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그러다가 처음으로 혼자 살다 보니 이제 잔소리가 좀 늘긴 했어요. 빨래는 했니?, 밥은 먹었니? 이제 그런 얘기를 지금은 제일 많이 듣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살 때는 언제 출근해?, 오늘은 몇 시간 잘 수 있어? 약간 이런 다 걱정이에요.







죽을 때 하나의 기억만 가지고 간다면 어떤 걸 가져가고 싶으신가요?

   부모님이 작년에 고향으로 내려가셨어요. 제가 자취를 시작한 이유도 부모님이 시골에 집을 새로 짓고, 귀향하셔서였거든요. 이후에 처음으로 저, 언니, 형부 그리고 조카 이렇게 다 같이 마당이 있는 흰색 이층집에 가서 물놀이하고 놀았단 말이죠. 그때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냥 이게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순간의 기억을 가져가고 싶어요.


   사실 처음에는 큰 결심을 하고 시골로 내려가신 것도 있어서 내려갈 때는 좀 슬프기도 했어요. 이제 부모님의 후반부 삶이라는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저도 독립을 하고, 언니도 아기가 클 만큼 컸고. 그래서 ‘이제 우리가 없어도 애들이 잘살겠구나’ 하면서 내려가신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슬프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다 같이 내려가서 노니까 너무 좋아하셨어요. 저희 아빠가 경상도 사람이라 말이 없는 편이신데 우리 온다고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설레어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처음 봤어요. 그리고 조카도 이제 넓은 마당 있는 집에서 뛰어노니까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그게 제일 좋았던 기억인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신규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해서 들어가는데 걱정 반, 설렘 반이라 좀 막막해요. 저는 계획적이라기보다 미리 걱정이 많은 타입이어서 ‘어떻게 해도 되겠지!’ 보다 ‘어떻게 해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근데 방송은 즉흥적으로 많이 바뀌기도 하고, 스케줄이 유동적이다 보니 그때그때 대처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스트레스를 좀 받더라고요. PD는 유연하게 빨리 대처하고 판단을 잘 내리는 게 중요한데 내 안에서의 컨트롤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의 나에게 오늘의 내가 한마디를 남긴다면?


넌 할 수 있어. 그냥 해!


지금 이 말이 제일 저한테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지금 이 말이 제일 저한테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 어떻게 보면 거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는 도전을 앞둔 것과 같아서 무척 걱정이 많아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그냥 해야지. 잘할 거야! 이런 느낌으로 매일 좀 되새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터뷰어 졔졔 / 포토그래퍼 밤

2023.08.18 장하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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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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