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스꾸 Sep 27. 2023

살아있다는 충만한 느낌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필재



* 윤슬 과의 인터뷰입니다.




                                                                                


    작년 12월 14일인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했으니까 다이어리 쓴 지는 한 7, 8개월 됐지. 그냥 멍하니 흘러가는 대로 지내는 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 말 그대로 ‘죽어있다’는 단어가 어울렸지. 나는 살아있다는 충만한 느낌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고 싶었어. 내가 어떤 맥락에 놓여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품은 채 나아가고 있는지 인지하면서 말이야.


    이걸 계기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걸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아는 게, 깨어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 다이어리를 쓰고 나서는 정말 하루하루를 꽉 채워서 소중하게 쓰고 있구나 싶어. 전체적인 내 삶에 있어서, 내가 하루에 어떤 일을 계획하고 수행했는지를 다 알 수 있으니까, 전반적으로 나한테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콱 집어서 다이어리에 넣어두는 거지. 그러면 과거에 대해 후회할 일도 다이어리 속 일기에 담아두는 거고, 내가 뭘 할지 적어 놓으니까 미래에 어떤 걸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사라지는 거고. 과거랑 미래는 다이어리에 담아두고 내가 온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이어리 역할이 가장 큰 것 같아.
 





너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은 무엇이라 생각해?


    기저에 깔린 건 아무래도 우울인 것 같아. 요즘엔 그렇게 자주 올라오는 감정은 아니지만, 항상 내 생각과 글쓰기의 원천이라고 생각해. 우울은 질문하게 만들고, 거기에 대한 답을 고민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관통하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 주니까. 우울하면 내가 왜 힘든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힘든지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니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이유를 찾고,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결국, 좀 힘들어야 성장하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기저에 있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애정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


    1, 2학년 때는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온전하고 충만하게 살려고 되게 애썼던 것 같아. 그게 진정한 정신적 독립이자 멋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지. 그래서 계속 혼자 돌아다녔는데 하나도 즐겁지 않은 거야.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없이 나 혼자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가까운 가치관 때문에 더 힘들었단 걸 깨닫게 됐지. 그 이후로는 그렇게 고집하던 마음을 내려놓게 되면서 나아진 것 같아. 과거엔 남들로부터의 완전한 고립 상태였어도 잘 지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누군가와 떨어져 있더라도 심적으로 연결된 상태가 필요하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품고 다니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다면?
  

    내 인생 모토나 좌우명이라기보다는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는 게 좋을까.’ 하는 질문을 품고 사는 것 같아.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어떤 억양과 속도, 높낮이로 말하는지에 따라 상대가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걸 아니까, 매 순간 고민이 되는 거지. 단순히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말의 느낌에 대해 뱉기 전에 한번 생각을 거치고 말하는 거 같아.
 

    자신의 장점, 단점을 공유하고 알아가는 ‘스왓 스쿨’이라는 학교 프로그램이 있었어. 활동이 끝나고 다 같이 동글게 모여서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냥 문득 떠올라서 뱉었던 말들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야. 그때 내가 하는 말과 글이 내 마음에 들 때, 내가 제일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지. 원래도 대화나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때 행복감을 느끼고 조금 더 그쪽으로 집중해서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 내가 말할 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까, 고민을 더 깊게 품게 된 거지.






스스로를 억누르는 강박이 있다면?


    지나친 배려라는 이름으로 남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남한테 잘해주는 건 그냥 배려하고 싶기 때문이야.’라고 합리화하는 거지. 내가 가지고 있는, 남한테 잘 보여야겠다는 강박이 그렇게 싫은 건 아닌 것 같아. 내가 나를 힘들게 할 정도로 남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가면을 싹 다 벗고 나를 마주했을 때, 내 가면 쓴 모습이 싫지도 않거든.


    예전에는 현타가 좀 있었지. ‘내가 남한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가면이 싹 다 다르단 말이야. 이제는 내가 그런 여러 모습이 있구나, 수긍을 하게 돼서 괜찮은 것 같아. 이런 강박이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6.30 윤슬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기댈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