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지은
* 창민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소친친도 그렇고 엘파소도 그렇고 가게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하고 예쁜데 인테리어는 직접 하시는 건가요?
네, 저는 제가 다 했어요. 소친친 처음 할 때쯤에 돈이 없었어요. 엘파소도 마찬가지지만 소친친을 하려고 대학로에 들어온 게 아니라 공간을 먼저 얻어놓고 나서 ‘여기서 뭐 하지’ 이렇게 하다 보니 하나씩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맞춰간 것 같아요.
저는 막 머릿속에 되게 특별한 그림이 있는 건 아니고 조금 좀 특이한데, 어떤 물건이 먼저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서 어떤 물건이 우연하게 있는 거예요. 아니면 어디서 봤던가. 그러면 그걸 이용해서 역 조립을 하는 거예요.
요리로 치면 요리를 뭘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그릇을 사는 게 아니라 그릇을 먼저 보고 ‘이 그릇이 있으니까 이 요리를 만들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남들하고 좀 다른 것 같아요. 자기 취향이 반영되는 거다 보니 장사에 조금 안 맞는 성향이라 생각하긴 해요.
다행히 사람들은 저를 좋아해 주긴 하는데 저 되게 예민하고 섬세해요. 섬세가 3, 예민이 7 정도 되는데 제가 이렇다는 걸 좀 일찍 알아서 이제 사람들을 대할 때 예민하게 대하거나 막 그러진 않아요.
혹시 언제 느끼셨어요? 내가 좀 예민한 성향이구나.
남들은 괜찮은데 나는 안 괜찮은 게 너무 좀 많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사춘기 때 친구들이랑 놀러 왔는데 옷에 뭘 흘렸어요. 그럼 전 집에 갔어요. (웃음) 그리고 저희 어릴 때 종이 게임 같은 걸 했는데 종이돈을 찢다가 이렇게 잘못 찢은 거예요. 그럼 그 게임은 이제 안 하고. 진짜 약간 이랬던 것 같아요.
가게에도 물건이 너무 많잖아요. 메뉴도 많고, 사람도 많고. 식당은 원래 그런 곳이잖아요. 저는 온갖 게 다 거슬려요. 또 뭐랄까 창의적인 성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똑같은 옷 안 입고 싶고. 본질은 저를 좀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데 장사는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하고 손님에게 맞춰줘야 하는 거잖아요. 돈 못 벌면 문 닫아야 하고, 직원들도 고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장사하기에 적합하진 않은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좀 어려워요.
소친친은 9년 차예요. 오래됐죠.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거리에서는 아마 손에 꼽는 오래된 가게일 거예요. 나이 많이 먹은 가게가 됐죠.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어서 또 신입생들 새로 들어오고, 졸업생들도 대학로에 오면 찾아오고. 이런 맛은 좀 있어요.
근데 이게 모델이 오래돼서 좀 아쉬워요. 사실 요즘 더 트렌디한 식당들도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는 9년 전 모델로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는 건데. 손대고 싶어도 이미 이렇게 굳어져서 손댈 수 없는 그런 느낌이 좀 있어요.
여기도 엘파소를 하려고 딱 만든 게 아니라 교자 익스프레스라는 이전 가게에서 엘파소로 바꾼 거라서 기존에 있던 오브제도 써야 하고, 테이블도 써야 하고. 확 바꿔버리고 싶은데 짜깁기같이 하려다 보니 늘 짜증이 좀 있어요. 뭐랄까 새 옷을 입고 싶은데 그냥 있던 바지에 있던 옷으로 멋 부려야 하는 느낌? 집에 있는 옷으로 멋 부려야 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저는 뭐든 할 때 늘 제가 직접 해석을 해야 하는 편이에요. 저 남이 사준 옷 잘 안 입거든요. 약간 이게 제 성향인데 저는 제가 팔고 싶은 걸 파는 주의예요. 근데 이게 장사에는 치명적으로 안 좋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원하시는 걸 파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인데 자꾸 제가 좋아하는 거를 파려고 하는 게 되게 제 발목을 잡고 있어요. 근데 이게 어쩔 수 없어요. 나도 저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처럼 훅훅훅 속도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싶지만 잘 안 돼요. 너무 거슬려요. 다른 옷 입은 것처럼 너무 거슬려. 나이 먹다 보니까 제 성향도 조금 알게 되고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이거는 좀 나랑 안 맞는 옷이구나.’를 알아 가게 돼요.
근데 이제 이 일을 좋아하긴 해요. 오래 했고,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저한테 안정을 줬고. 다른 일을 했어도 막 되게 잘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소친친과 엘파소의 비슷한 점은 타깃이 학생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보편적인 음식을 해야 하고 적당한 가격의 한계 내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지불하고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그런데 이제 공간은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줘서 손님이 내는 돈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게, 멋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다른 타코 집들은 좀 패스트푸드점 같은 데서 먹는 느낌이 있다면 저희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레스토랑 같잖아요. 별건 아니지만 이 테이블에 대한 개념이 있어요. 보면 이렇게 테이블에 조명이 하나씩 있어요. 내가 하나를 온전히 차지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 어떤 배려 같은 거예요. 그래서 소친친도 그래요. 가면 테이블 하나당 조명이 1개씩은 있어요.
저 취미 딱히 없어요. 아까 주 6일 일한다고 그랬잖아요. 하루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가족들하고 있어야 하고. 거의 모든 관심사가 가게에 맞춰져 있어요. 근데 사실 가게가 제 취향이어서 크게 문제는 없긴 한데. (웃음) 이 음악을 가게에 틀면 어떨까, 가게에 이 조명 달면 어떨까, 이 글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들이 취미라면 취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행복할 때는 조금 일이랑 완전히 상관없는 곳에 있을 때, 상관없는 시간, 아니면 아예 되게 낯선 곳에서 일 안 하고 딱 가만히 있을 때, 그럴 때 되게 좋아요. 그러니까 내가 나 같지 않을 때가 되게 좋아요. 그 외에는 생각이 여기 다 갇혀 있어요. 그래서 별로예요. 건강하지 않아요. 근데 막 일은 일대로 잘하고, 자기 라이프 스타일 다 즐기고, 이럴 수가 있다고요? 저는 주변에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내가 나 같지 않을 때’라는 말이 되게 인상 깊은데 최근에 그런 감정을 느낀 순간이 있으신가요?
가끔 여행을 안 가도 여행 가는 기분이 들 때 있잖아요. 새로운 음악 들을 때나 아니면 새로운 거 볼 때, 어떤 색만 봐도 생각이 딱 멈출 때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기분이 우연찮게 드는데 음악만 해도 그래요. 음악을 들었는데 내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 있잖아요.
'소친친'이나 '엘파소'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거 많죠. 손님하고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10년 전에는 제가 어렸으니까 학생들 중에 좀 나이가 있는 친구들은 그냥 오빠 동생, 형 동생 하면서 술 먹다가 친구가 되고 지금도 잘 지내는데 이제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그런 게 어려워요. 얼마 전에 저희 아르바이트생 중에 20살이 있는데 어머니가 가게에 종종 오세요. 그래서 어머니 나이가 어떻게 되시니 이렇게 물어봤는데 어머니 79년생이래요. 제가 82년생인데 세 살 차이밖에 안 나는 거예요. (웃음)
일하는 친구들 지금은 학생이잖아요. 근데 나중에 아가씨가 돼요. 남학생들은 좀 똑같은데 여학생들은 3~4년 있으면 갑자기 아가씨가 돼요. 20살 처음 왔을 때는 완전 젖살 퉁퉁해가지고 옷도 막 잘 못 입었던 애가 지금은 막 너무 예쁘고 옷도 자기 스타일이 생기는 거 보면서 용 됐다고 막 그러는 경우도 있고.
저희 웬만하면 일하는 친구들이나 아르바이트생도 같이 MT도 가거든요. 1년에 한두 번씩은 가는데 일단 가면 너무 즐거워요. 그런 데 가면 사실 저는 이제 진행만 해주고 한 12시 전부터 빠져주거든요. 나 체력이 안 돼 가지고. 그런 것도 좀 재밌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 사람들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지은
2023.09.26. 창민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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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