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밤
* 종원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정말 막연하게 대학교에 왔는데, 인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윤사(윤리와 사상)가 재밌었던 것도 있고, 중학교 때 배운 논술 수업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인문 계열 중에 관심 있는 철학을, 거창하게 말하면 4년 동안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을 공부해 보자 싶은 생각이 있었죠. 애초에 철학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와서 처음에는 고생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사상을 배우는 게 언어를 배우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언어를 배우면 세상이 넓어지는 것처럼 사상을 배우는 것도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 같거든요. 딱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언어를 통해 세상이 넓어진다는 걸 체감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전역한 다음에, 혼자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영어만 쓰면서 문화 차이? 아니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열려있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이 다른 게 많더라고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구나’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단 저는 (외국이라) 모르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이거 해도 되나?’, 싶어서 많이 물어봤죠. 알려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니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되묻더라고요. 그렇게 30분 동안 얘기하게 됐어요. 결국 인스타(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교환하게 됐죠. 제가 다음 날 가려고 했던 도시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공부하는 친구였더라고요. 거기로 오면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 준다 해서, 다 같이 등산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인연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여행은 저라는 사람이 ‘편하고 설득력 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제가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지금처럼 다른 사람한테 편하게 말을 건 느낌도 아니었거든요. 거기서 애들이랑 거리낌 없이 놀다 보니 이런 식의 자기 믿음의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종원 님은 어떤 결의 사람인가요?
저는 상태에 따라 되게 다양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막 활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 조용한 사람이 되기도 해요. 생각 없이 무언가 할 때도 있고 고민을 많이 할 때도 있어요. 결국에 이게 사이클이라고 하면, 항상 조심스러움으로 다시 가게 돼요.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하다가도 다시 생각 좀 버리자, 싶고. 그러다 또 조심스러워져서 ‘조심스러움을 경유’하는 사람의 결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추구했던 것 중 하나가 무해함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무해하려고 안 싸웠던 것이 결국 저를 해한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지만요. 누가 해하려고 하면 그때는 싸워서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유가 없으면 굳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결을 말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다양한 결의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이 보는 저의 결로 저를 기억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거에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지만 다양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일말의 바람이 있긴 하죠.
솔직함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요. 되게 나이브한 생각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솔직하면 살기 훨씬 쉬울 거 같아요.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 솔직하다고 했을 때 그렇지 않을까요?
밤) 조금은 아플 것도 같아요.
그것도 맞네요. 솔직하게 말하면 말하는 사람도 아플 때가 있긴 할 테니까요. 그래도 조금 더 다정하게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말하고 싶은 걸 다 말한다기보다는, 다들 솔직하면서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한 게 예의라고도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커다란 잘못을 했는데, 그걸 친구한테 말해주면 그 친구가 절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얘한테 혐오의 기회를 준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naive(나이브): 순진무구한, 천진난만한
종원 님은 어디에서 쉼을 얻곤 하나요?
사실 체력을 더 써가면서도 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밤늦게까지 하는 것도 저는 충전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제가 작곡을 취미로 하는데, 노래를 만들다 잔다거나 집 가서 일기를 쓰는 것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을 하면서 그때그때 무언가 반짝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그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완전히 푹 쉬는 것도 필요하겠죠. 혼자 누워 있거나 편안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밤
2023.11.08 종원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