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스꾸 Nov 15. 2023

조금 더 다정하게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밤



* 종원 과의 인터뷰입니다.






    정말 막연하게 대학교에 왔는데, 인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윤사(윤리와 사상)가 재밌었던 것도 있고, 중학교 때 배운 논술 수업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인문 계열 중에 관심 있는 철학을, 거창하게 말하면 4년 동안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을 공부해 보자 싶은 생각이 있었죠. 애초에 철학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와서 처음에는 고생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사상을 배우는 게 언어를 배우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언어를 배우면 세상이 넓어지는 것처럼 사상을 배우는 것도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 같거든요. 딱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언어를 통해 세상이 넓어진다는 걸 체감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전역한 다음에, 혼자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영어만 쓰면서 문화 차이? 아니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열려있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이 다른 게 많더라고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구나’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단 저는 (외국이라) 모르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이거 해도 되나?’, 싶어서 많이 물어봤죠. 알려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니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되묻더라고요. 그렇게 30분 동안 얘기하게 됐어요. 결국 인스타(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교환하게 됐죠. 제가 다음 날 가려고 했던 도시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공부하는 친구였더라고요. 거기로 오면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 준다 해서, 다 같이 등산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인연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여행은 저라는 사람이 ‘편하고 설득력 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제가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었거니와 지금처럼 다른 사람한테 편하게 말을 건 느낌도 아니었거든요. 거기서 애들이랑 거리낌 없이 놀다 보니 이런 식의 자기 믿음의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종원 님은 어떤 결의 사람인가요?

 

    저는 상태에 따라 되게 다양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막 활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 조용한 사람이 되기도 해요. 생각 없이 무언가 할 때도 있고 고민을 많이 할 때도 있어요. 결국에 이게 사이클이라고 하면, 항상 조심스러움으로 다시 가게 돼요.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하다가도 다시 생각 좀 버리자, 싶고. 그러다 또 조심스러워져서 조심스러움을 경유’하는 사람의 결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추구했던 것 중 하나가 무해함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무해하려고 안 싸웠던 것이 결국 저를 해한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지만요. 누가 해하려고 하면 그때는 싸워서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유가 없으면 굳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결을 말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다양한 결의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이 보는 저의 결로 저를 기억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거에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지만 다양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일말의 바람이 있긴 하죠.

 




    솔직함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요. 되게 나이브한 생각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솔직하면 살기 훨씬 쉬울 거 같아요.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 솔직하다고 했을 때 그렇지 않을까요?


밤) 조금은 아플 것도 같아요.

 

    그것도 맞네요. 솔직하게 말하면 말하는 사람도 아플 때가 있긴 할 테니까요. 그래도 조금 더 다정하게 솔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말하고 싶은 걸 다 말한다기보다는, 다들 솔직하면서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한 게 예의라고도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커다란 잘못을 했는데, 그걸 친구한테 말해주면 그 친구가 절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얘한테 혐오의 기회를 준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naive(나이브): 순진무구한, 천진난만한






종원 님은 어디에서 쉼을 얻곤 하나요?
 

    사실 체력을 더 써가면서도 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밤늦게까지 하는 것도 저는 충전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제가 작곡을 취미로 하는데, 노래를 만들다 잔다거나 집 가서 일기를 쓰는 것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을 하면서 그때그때 무언가 반짝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그것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완전히 푹 쉬는 것도 필요하겠죠. 혼자 누워 있거나 편안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밤

2023.11.08 종원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의 이면을 볼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