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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Nov 08. 2023

세상의 이면을 볼 것

인터뷰어 현수 / 포토그래퍼 풀잎


* 성균관대학교 의서 과의 인터뷰입니다.






최근 마무리된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올해 3월부터 방송국 뉴스 부서에서 인턴을 했는데 한 달 전쯤 끝이 났어요. 마무리보다 시작이 참 선명해요.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덜컥 붙어서 모험을 시작했는데, 막연하지만 거의 처음으로 제가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기회였어요.


처음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한 경험은 어땠나요?


    되게 기뻤던 것 같아요. 물론 뉴스 특성상 제가 원하는 것만 취재할 순 없어서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모든 것에서 자율성이 있는 기회여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기쁘다’, ‘뿌듯하다’. 마지막에는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긴장이 많이 됐어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드는 긴장감이랄까요? 수동적이었으면 긴장을 안 했을 거 같은데, 자율성이 많이 따르는 일이었다 보니까 실수가 났을 때 그만큼 마음의 스크래치도 컸거든요. 옛날에 뭐든 수동적으로 했을 땐 마음이 잔잔했다면, (인턴 생활은) 모든 감정이 극대화돼서 오는 느낌이었달까요? 사실은 매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까 (기자가) 힘에 부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인턴들도 농담으로 ‘퇴사 날이 언제더라.’ 이랬어요. 저도 끝나는 날 오전까지만 해도 ‘드디어 퇴사다.’ 했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갑자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택해서 한다는 게)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경험이었어요. 
 
 




 인턴이 끝난 뒤 ‘새로 발견한 의서’가 있나요?


    물론 발전이 없었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인턴 생활 때) 제가 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느낌이에요. 기자라는 건 인간이 하는 일 같아요. 현장에 가서 앞에 만난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가 만들어 내는 거라고 느꼈어요. 새로 발견한 나라기보다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 하나를 정말 다 드러내서 일을 하게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무리할 때 작가님이 장문으로 카톡을 보내주셨어요. 거기서 발견한 게 있다면 그래도 제가 소통을 좀 할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싶었어요. 저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낯도 많이 가리고, 제가 사람을 다루는 거에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능숙하지 않고, 말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고. 그런데 분위기라 해야 하나? 저의 전부를 통해서 진심을 전달할 수 있구나를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작가님도 그 덕분에 좋은 멘트를 따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좀 더 자신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한테 너무 경계심을 갖기보다는 진심을 보이는 거. 저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거를 알게 됐어요.






휴스꾸(Humans of SKKU)는 의서에게, 그리고 아뵤에게 어떻게 남았나요?
 

    인터뷰어로 활동할 때는 또 하나의 입이 되어줬었는데, 이제는 또 하나의 눈이 되어주겠죠? 처음 휴스꾸를 봤을 때처럼. ‘일상의 많고 많은 장면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들은 어땠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평소에 스스로 던지곤 해요. 결국 그때마다 휴스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답하는 것 같네요. 


    이를테면 요즘처럼 갑자기 비가 올 때, 양손 가득 짐을 든 행인을 조금은 더 오랫동안 바라보는, 그러고는 기어이 우산을 씌워주고 마는, 그런 시선과 행동이 휴스꾸스럽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휴스꾸 전이나 인턴도 하기 전의 저였으면 남들처럼 지나쳤을 것 같거든요. 그냥 ‘불편해하시면 어떡해.’ 생각하면서. 그런데 자꾸 말을 더 걸고 싶어지더라고요. 


    여전히 ‘베풀고 싶다’, ‘배려한다’, ‘도와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 때 남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조금은 더 친절에 과감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용기 내서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었던 게 휴스꾸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전쟁이 자주 나잖아요.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결심한 게 거기서 시작한 거 같아요. 지금 이 순간도 우린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거기서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까. 전쟁터에서 젊은 군인들은 다 죽어 가는데 그 수장들은 양복을 걸치고 있으니까. 그런 장면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동시대 동시간에 어떻게 운명이 다를 수가 있지.’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롤스의 ‘무지의 베일’이라고 있잖아요. ‘너의 사회적 위치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네가 최하위에 있을 사람처럼 복지를 만들어라.’ 그 설명도 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네가 그 아래의 처지일 수 있으니까, 네가 안 불행하기 위해서. 자신을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평등하고, 건강해야 하고, 누군가가 누군가를 해치면 안 된다는 게 아무런 반박도 받을 수 없는 법칙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언젠가 약자가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약자가 될 가능성이 0이더라도 누구든 다 잘 살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세상의 이면을 볼 것. 위험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볼 것. 그게 제 소명인 것 같아요.






기대되는 본인의 모습이 있나요?


    추상적으로 그리는 건 항상 있어요. 지금은 장기전이 된 전쟁이나, 오랜 분쟁 지역의 현장에 있고 싶어요.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는 다들 난리였는데 지금은 장기전처럼 보도를 크게 안 하잖아요. 그치만 전쟁은 계속 일어나고 있고. 그런 장면들을 현장에 직접 가서 취재하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곤 해요. 


    동시에 만약 그러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전업주부가 되는 생각도 해 봐요. 제가 편안하게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갑자기 대비돼서 상상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건 끔찍하다. 이거는 내 인생을 내가 족쇄로 만든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 번은 꼭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요. 전자의 그 모습을.






스스로를 위해서 해주는 것이 있나요?


    잘해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어쨌든 육체가 있으니까 잠 못 자면 예민하고 힘들잖아요. 굶어도 그렇고. 그런 기본들을 챙겨주고. 제가 좀 게으르거든요.(웃음) 그래서 잘 못 지킬 때가 많은데, 일단 진단을 해보고 스스로 좀 예민하다 싶으면 늦게라도 산책을 해줘요. 


    원래 제가 ‘아무거나.’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거든요. 딱히 취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제 룸메이트가 되게 주도적인 사람이에요. 걔는 놀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요. 예전에는 그럴 생각을 안 했는데 걔랑 같이 있다 보니까 요즘은 뭐가 먹고 싶다 하면은 그거를 먹으러 가게 돼요.
 

본인을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 그냥 사소한 말장난들이 제일 웃겨요. 그걸 들으면 기분이 풀어져요. 사람이 어쨌든 생각이 생각을 계속 이으면 깊어지잖아요. 그런 거를 한 아름 덜어주는 농담 같은 것들이 있으면 피식피식 웃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친오빠예요. 사람이 진짜 좀 유치하다고 해야 하나? 예전부터 미국에 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봤을 땐 때 묻지 않은 느낌이 들고, 말장난하는 것도 저랑 수준이 비슷해요. 오빠가 맞춰주는 걸 수도 있겠지만. 같이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들게 하고. 그런 때가 제일 좋아요.






인터뷰어 현수 / 포토그래퍼 풀잎

2023.10.16 의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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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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