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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16. 2024

행복이 뭘까요?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풀잎 



* 종민 과의 인터뷰입니다.





권태를 경험한 적 있으신가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뭐에 대해 권태를 느끼냐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권태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권태의 핵심 중 하나가 게으름인데 저는 좀 게을러요. 경우에 따라서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항상 개인적인 관점으로 살아갈 수만은 없으니까요. 집에서 나오면 좀 괜찮은데 빠져나오기가 너무 힘들어요.


    만족할 만큼 권태를 이겨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지난 여름방학엔 되게 바빴어요. 그런데 바빠서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일에 쫓기고 뭔가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되니까 자존감도 낮아지고요. 이번 방학에는 그런 바쁜 일은 없지만 뭘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제 4학년이 되는데 뭘 해야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서 이래도 되나 싶어요. 그렇지만 계절학기 종강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권태를 좀 느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


    개인이 행복을 느끼는 역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쉽게 얻지 못했던 걸 이제야 얻게 되면 행복하겠지만, 그게 원래부터 있던 사람은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게임을 거의 못하게 했단 말이죠. 게임 하기에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저는 게임이 너무 좋아요. PC방에서 친구들하고 게임하고 있는 순간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매일 PC방에 갈 수 있었던 친구들은 그다지 게임이 소중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사소한 걸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훨씬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더 적은 행복을 느낄 수도 있는 거죠. 과거에 너무 행복하게 살았다면 지금은 상태가 꽤 괜찮아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그 사람의 경험에 의해 행복을 느끼는지, 느끼지 못하는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동아리 정기공연을 마무리하고 회식 갔을 때 행복했어요. 그동안 공연 준비에 동아리 회장 업무까지 모두 하느라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도 받았었는데 그게 해소가 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공연도 고통도 끝났겠다 여유가 생겨서 좋네요.





20대가 된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끝까지 해보라고 하고싶어요. 제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게 그런 부분들이기도 하고요. 본인이 몰입할 수 있다면 믿어주고 싶어요. 몰입하라는 게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느낌보다는, 확실하게 좋아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억지로 찾아오라고 하면 잘 안되잖아요.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다면 과정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고민할 시간에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합법적인 선 안에서는 하고 싶은 걸 해봐라. 춤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고. 꼭 건전하고 도덕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도 비슷한 걸 여쭈어봤던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찬란하고 화려한 과거를 보내신 거랑은 거리가 좀 먼 것 같더라고요. 일하느라 바쁘셨는지 결혼도 늦게 하셨고요.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결혼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식들에게, 아들일지 딸일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살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몸을 잘 못 써서 그런지 춤을 좀 배워보라고 하고싶어요. 저는 락킹이라는 장르를 하는데, 배우면서 좀 힘들었거든요. 자식은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기왕이면 좋아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누군가를 떠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저를 찾아주는 거,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라고 하는 게 되게 형태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는데, 공통적으로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상대방이 그걸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요.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 혹은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라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런 행동을 두고 서로가 인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상대방이 인식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고서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원하면 너무 어려워지잖아요.


    그런데 또 희생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사랑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거, 잘못할 경우 사랑 자체를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1대 1의 관계이든, 혹은 1대 다수의 관계이든 연결되어 있으려면 각자의 점이 온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쪽이 멀쩡하지 않은데 관계가 잘 유지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풀잎

2024.01.07 종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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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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