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필재
* 인영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작년인가, 다른 휴스꾸 인터뷰어 분들과 같이 밥을 먹게 된 적이 있는데, 동아리 초반에 그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시면서 포토와 인터뷰어의 경계 없이 인터뷰에 집중하며 휴스꾸를 운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렇게 만들어진 휴스꾸가 지금 이렇게 인원이 많아졌다는 걸 듣고 그분들이 놀라시는 걸 보니, 나도 내년에 휴스꾸에 합류할 사람들이 궁금한데 이분들도 휴스꾸가 담아내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걸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궁금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자리를 종종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더더욱 홈커밍과 같은 활동들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 같아.
휴스꾸 브런치 페이지는 왜 만들게 됐어?
난 인스타가 사실 사진을 위한 곳이지, 읽기를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분명히 인스타에 실린 인터뷰 외에 버려진 인터뷰가 더 길 텐데 그게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브런치에서 인터뷰를 좀 더 긴 호흡으로 가져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됐어).
단체 생활을 끝낼 때 어떤 마음이 들어?
신문사에서 배운 걸 한 줄로 말할 수 있는데, 나는 누구로든 대체 가능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휴스꾸 떠날 때도 걱정 안 했어. 그러니까 수레를 끌 때는 누구나 다 톱니바퀴가 되잖아. 누가 더 매끄럽게 이 수레를 굴러가게 하느냐의 문제지. 네모 바퀴가 될 수도 있고 세모 바퀴가 될 수도 있고 동그란 바퀴가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바퀴는 바퀴야. 굴러가긴 굴러가는데 승차감이 좋은지, 아니면 좀 떨어지는지 그 차이야. 사회부 부서장으로 있다가 신문사를 나갈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과 달리 기사가 되게 잘 나오더라고. 그걸 보고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없구나.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문제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아.
인연 또한 인생 복선의 일부인가?
맞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진짜 많이 느낀 거는 뭐냐면, 두 번의 인턴을 했는데 첫 번째 인턴은 리서치 업계에서 일을 했었어. 그게 너무 힘들어서 이 업계는 다시는 안 쓸 거라고 다짐하고 완성작이 있어도 쳐다도 안 보곤 했는데, 에디터 관련 두 번째 인턴은 원래도 글 쓰는 거 좋아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하고 그러니까 일이 너무너무 행복했어. 그래서 취업 준비를 시작할 때는 난 내가 좋아했고 성과도 있던 에디터 일이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자소서를 멘토분한테 들고 갔더니 리서치 인턴 경력을 쓰자고 하셨고 그렇게 취업이 됐어. 자소서를 뒤엎을 때도 리서치 인턴 경력을 엄청 등한시했는데, 나의 이 좁은 근시안으로는 어떤 게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정확히 구분이 안 되니까 일단 뭐든 열심히 해야겠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2년 전의 그 경력이 어쩌다 보니까 나를 여기까지 멱살 잡고 끌고 왔다 보니까, 작은 일을 맡아도 어쨌든 남들 하는 만큼 또는 그 이상, 조금 더 해둬야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나중에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모르니까.
블로그 챌린지 한참 유행했잖아. 그때 6개월을 다 채웠었거든. 근데 그 6개월 동안 블로그를 꾸준히 쓰니까 그게 습관이 돼서, 23년도를 다 기록하게 됐어. 여행 주간에도 브이로그로 기록했고, 이제 1월 6일이고 내일이면 일주일 되니까, 또 기록해야지. 블로그는 약간 보여주기용이면서 내가 사회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고, 나는 손으로 쓰는 일기를 또 쓰는데 거기에는 정말 하루에 느꼈던 감정들이 다 있어. 엄마가 별로였다면 별로였다고 쓰고 친구가 너무 얄미웠다면 얄미웠다고 쓰는데, 너무 신기한 건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사라져 있어. 하여간 그런 거 보면 세상에 화낼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근데 좋았던 거는 계속 생각나.
난 노션을 정말 열심히 해왔거든. 이번에 한 취업 동아리 활동도 이걸로 다 기록했었는데, 이게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인 거야. 그렇게 관리하면서 휴스꾸 운영팀에서 한 일들, 브런치 처음 만들 때 어떻게 했는지도 적어뒀어. 앱이 뭐가 됐든, 내 기록용 앱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아.
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1.06 인영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