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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24. 2024

나는 나랑 제일 친해지고 싶어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지은



* 윤영 과의 인터뷰입니다.






    2학기 수업 중 실패 주간이 있었어요. 매일매일 색다른 실패와 좌절을 겪었죠. 바로 며칠 후 완성해야 했던 작업의 재료 준비 단계에서부터 주문 실수가 있었다거나, 정말 열심히 작성한 과제의 소중한 피드백 기회를 날리기도 했어요.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수업에서 이전 작업에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인 평가와 반응을 들으면서 여태껏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했던 작업 소재를 버려야 하나, 고민하게 된 거였죠.


2학기의 실패 주간 이후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목요일 이후 실패는 끝났지만, 혼란스러운 상태가 그 주 주말까지 이어졌어요. ‘작가라는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처럼 작업에 대해 비판 받을까 무서워서, 뭔가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겠는 거예요. 어쨌든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창작물을 통해 남들 앞에 보여주고 계속 판단받을 텐데, 제가 그걸 감당하면서 작업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러다 작가를 못 한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그 대체품으로 다른 일을 생각하는 스스로가 너무 싫어지더라고요. 저한테도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너무 별로였어요. 너무 빨리 포기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이번 학기에 되게 좋은 수업과 교수님들을 만나면서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하거든요. 피드백을 들으면서 이전 작품에서 이런 게 별로였고, 내가 지금 하는 게 이런 점에서 별로니까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데, 바꾸는 게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이전 작품이 마음에 안 드는 게 문제라면 제 실력도 높이는 게 제일 베스트이지 않나,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일단 해 보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뭐 그냥 하다가 언젠가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또 모르죠. 아직 안 해 봤으니까!






휴스꾸는 윤영에게 어떤 자국을 남겼나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 그 개인, 개인이 너무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걸 (작업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개인마다 (우리의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요.


    이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까 2학기 한 수업에서 작업과 나에 관해 묻는 과제가 생각났어요. 서른 몇 개 넘는 문항 중 하나가 자기의 가치관과 신념에 대한 거였는데, 거기에 술술 5 문장 정도 썼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중 하나가 ‘모든 사람은 고유하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에서 또 생각하다 보니, 휴스꾸의 그 문구가 생각나더라고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게 너무 맞는 말 같아요. 제 과거에 있던 휴스꾸 그리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또 뭔가 있겠지만, 그게 다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제가 그 문장을 생각했던 거예요. 휴스꾸에 들어가게 된 것도 그 문구에 엄청 끌려서였기도 했고요.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휴스꾸가 이 생각을 더 단단하게 해 줬다고 생각해요. 개인,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 제 지인 말고는 없었을 테니까요.
 




 

    혼자서 여행을 그렇게 길게 간 건 처음이었는데, 제주도에서 한 달간 살아보고 느꼈던 건 제가 몰랐던 스스로를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살아가는 목표나 삶의 의미를 ‘죽을 때까지 나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게 또 끝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제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저랑 제일 친해지고 싶어요. 누구를 만나서 뭔가를 하든, 무슨 경험을 하든, 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전 미술이, 작업이 좋아요. 나로부터 시작돼서요. 수업 첫 주 차에 자신의 관심사와 이전 작업, 앞으로 할 작업에 관해 얘기하곤 하는데 앞으로 할 작업이 보통 그 관심사에서 출발해요. 그게 너무 좋아요. 시작이 나로부터 되고 그 작업에 내가 담긴다는 게.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요. 나는 나를 계속 표출하고 싶어요.
 
 



    

    삶의 가치라고 하면, 그냥 ‘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아가며 잊지 않으려 하는 게 행복과 작은 성취감인데, 이게 모두 절 위한 거라 생각해요. 성취감은 나를 잃지 않으려는 거예요. 이런 작은 성취감이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힘이 한없이 빠지고 게을러지더라고요. 나를 잃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원래 저는 열정, 추진력을 장점이라 생각할 만큼 여기저기 다니며 제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해 왔거든요. 이런 자아가 뚜렷한 저를 좋아해요. 계속 기운을 내기 위해서라도 작은 성취감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지은

2023.12.28 윤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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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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