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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31. 2024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유송



* 은결 과의 인터뷰입니다.





은결님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시나요?

    이게 진짜 엄청 어렵더라고요. 어떨 때 행복하냐는 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단체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뭔가 해냈을 때 뿌듯함, 만족감 이런 걸 많이 느끼는 것 같긴 해요. 단체에서 제가 무언가를 맡거나 앞장서서 뭔가를 이뤄냈을 때나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됐을 때. 근데 이제 개인적인 행복은 아직까지도 고민이에요. 최근에는 강아지가 집에 생겨서 강아지 보는 것도 행복이긴 한데. (웃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좀 어렵네요.


    나는 뭘 할 때 행복한지 고민해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걸 찾는 걸 포기했어요. 굳이 그런 거 없어도 잘 사니까. ‘이럴 때 난 행복해, 이걸 해야 행복해’라는 걸 딱 정해 놓으면 실제로 그럴 때 행복해야 하는데, 막상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뭔가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으신가요?


    딱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것도 안 하고 무료하게 지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보거나 가만히 멍 때리고 있으면 시간 낭비하는 느낌이 좀 들더라고요. 아예 자버려서 에너지를 확 충전해버리거나 뭔가를 하는 것 같아요. 막 생산적인 것만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강아지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이랑 놀거나, 다른 걸 하는 편이에요.


    저번 학기에 일정이 꼬여서 무계획의 상태로 한 학기 휴학을 하게 됐거든요. 확 쉴 수 있는 기회였는데 뭔가 마음이 좀 찝찝해서 애매하게 쉬었던 것 같아요. 아예 제대로 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9월 달에 그냥 가만히 ‘뭐 하고 지내지’ 생각하다 보니 그냥 10월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10월부터 괜히 아르바이트하면서 돈도 벌고 책도 읽으면서 지냈어요.





책을 자주 읽으시던데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주위 지인들한테 추천도 많이 받고, 베스트셀러도 참고하는데 저는 작가랑 표지 디자인을 많이 봐요. 몇몇 책들은 진짜 표지만 보고 읽기 시작한 적도 있고. 무슨 내용인지 원래 거의 안 보고 골라요. 제목이랑 표지, 작가가 누구인지 정도만 보고, 재밌어 보이거나 끌리는 책을 고르는 것 같아요.


    혼자 강박 같은 거였는데 원래 책을 한 번 읽으면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안 읽었어요. 오기인지 너무 재미가 없어도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끝까지 다 읽어버렸어요. 근데 요즘에는 그러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두 권씩 같이 읽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원래는 제가 비문학만 읽었어요. 뭔가 책을 읽어서 지식이 축적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로 인문학이나 정치학 서적을 읽었는데, 최근 한두 달 전에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다 읽고 내용이나 느낌이 그냥 휘발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읽으면서 여러 생각도 하게 되고.


책을 읽는 시간대나 환경을 정해 놓는 편이신가요?

    아르바이트하는 동안에 여유가 생기면 잠깐 읽거나 자기 전에 한두 시간 정도 읽는 것 같아요. 너무 핸드폰만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아예 다 덮어놓고 책을 좀 읽으려고 해요. 그렇다고 의무적으로 매일매일 읽진 않고 안 읽을 땐 또 안 읽어요.





하나를 좋아하시면 확 꽂혀서 열정적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좋아하시게 되는 계기가
공통적으로 있으신가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다 다른 것 같은데 좀 공통점이라고 하자면 금사빠처럼 별거 아닌 포인트에서 확 꽂히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한 번 꽂히면 엄청 깊게 꽂혀서 잘 못 빠져나와요.


    그리고 좋아하면 그냥 ‘좋다’가 아니라 뭔가 갖고 싶고 모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향수나 시계 같은 것도 좋아했는데 특별한 계기는 아니더라도 어쩌다 관심이 생기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유튜브나 네이버에 막 찾아보게 돼요. 그렇게 아는 게 많아질수록 더 사고 싶어지고, 돈을 모아야겠다는 원동력이 생기더라고요. 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도 그렇게 사게 됐어요.


    좋아하게 되더라도 질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오래 좋아하는 것들은 뭔가 극성으로 좋아하기보단 미지근하게 꾸준히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너무 막 열광을 하면 오히려 더 금방 식기도 하잖아요.





은결님은 어떤 상황에서
힘든 감정을 느끼는 것 같으세요?


    저는 알게 모르게 약점을 잘 안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약간 그랬는데 힘든 일이 생겨도 남들한테 말을 잘 안 하거나 티를 잘 안 내려고 하는? 힘든 일이 여러 개 있으면 그걸 한 사람에게 모두 다 말하진 않아요. 친한 친구들 두세 명이 있으면 한 가지씩 나눠서 이야기해요.


    워낙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걸 좋아하고, 특히 일적으로나 성과 면에서 잘한다는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 반대의 상황이 됐을 때를 좀 버거워하는 것 같아요. 남들한테 인정을 못 받거나 스스로는 잘했다고 생각했어도 결과가 안 좋았을 때?


    

    근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굳이 막 이겨내려고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원래도 성격이 좀 낙천적이어서 조금 힘든 일들은 금방 금방 잊어버리고, 확 힘든 상황이 생겨도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너무 일부러 무시하고 넘어가려 한다거나 너무 거기에 빠져 있기보다는 그냥 알아서 좀 흐려질 때까지,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 같아요.





    

    진짜 뿌듯하게 열심히 해도 성과가 안 나오면 과정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억 미화의 반대말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느낌? 당연히 성과가 늘 잘 나올 수는 없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가 나오면 열심히 한 것만으로 만족이 되진 않더라고요. 뭔가 성과가 안 나오게 되면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막 오래 마음에 담아 두는 건 아닌데 그냥 저에게 그 과정이 크게 의미가 생기진 않는 것 같아요.





은결님에게 휴스꾸는 어떤 의미였나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사진을 찍다 보면 완전히 다 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이 듣게 되거든요. 인터뷰 내용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의 자연스러운 이야기,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이 보이더라고요. 보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법, 대화하는 법을 좀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기자처럼 형식에 맞춰서 인터뷰하는 그런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얘기를 나누고, 어떻게 보면 저는 그 이야기를 제 3자 입장에서 엿들어 보는 거잖아요. 사진도 찍지만. 그런 경험을 어디 가서도 못할 것 같아요. ‘성균관’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만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고. 그게 또 생각보다 되게 깊이 있는 대화 주제들로 말이 오고 가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또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 싶어요.


    휴스꾸 부원들이 각자 색깔이 살짝씩 다른데, 멀리서 보면 또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되나? 결이 되게 비슷하면서도 안에서는 세부적으로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독특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휴스꾸를 하는 사람도 독특했고,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도 되게 독특했던. 성대에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동아리가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는 저랑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 만나게 되는데 휴스꾸를 하면서 저랑은 결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해보고, 어쩌면 평생 살면서 못 만나 봤을 유형의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유송

2024.01.25 은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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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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