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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세상으로

인터뷰어 솔솔, 수수 / 포토그래퍼 림

by 휴스꾸


* 경제대학 김성현 교수님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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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강의를 오래 하셨는데, 교수님 입장에서 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차이가 큰가요?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내가 처음 한국에 와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첫째, 수업 시간에 말을 안 해요.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주제에 대해 리서치하고, 페이퍼 쓰고, 앞에서 발표하고,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학생과 교수가 어떤 주제에 관해 공부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요. 그런 식으로 하면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배우거든요.


처음에 성대에 와서 이런 식의 수업 스타일을 도입했는데, 학생들이 못 따라오는 거예요. 리서치도 안 해봤고, 영어로 발표한다고 하면 일단 학생들이 기겁해요. 물론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도 있죠. 근데 영어를 잘하는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예요. 여러분들도 보면 알겠지만,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해요. 발음이나 문법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한테 내 의견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의 문제인 거죠.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끼리 수다 떠는 거는 다들 잘할 수 있지만,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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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하시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교수님께서는 어떤 노력을 시도하셨는지가 궁금해요.


수업 시간에 팀플 하잖아요. 그 팀을 그냥 막 짜는 게 아니에요. 4~5명을 한 팀으로 짠다고 치면 과제 성적이 좋은 학생 2명, 안 좋은 학생2명, 중간 학생 1명 이렇게 짜는 거예요. 그 팀 안에서 뭔가 다이나믹하게 일어날 수 있게요. 영어 실력, 남녀 성비, 적극적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도 섞어요. 교환학생 있으면 팀마다 꼭 한 명씩 집어넣고요. 팀도 굉장히 공을 들여서 짜는 거예요. 요즘은 바빠서 못하지만, 예전에는 한 명씩 면담을 해서 성격을 다 파악한 다음에 팀을 짰었어요.


제일 편하게 가르치는 건 교수는 칠판에 쓰고, 학생은 베껴 적고, 그걸 외워서 시험 보는 거예요. 그게 가르치기에는 제일 편한데, 제일 적게 배우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배우는 거는 내가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거지. 저한테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그리고 학생들한테서도 서로서로 배우는 거거든요. 저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조금 더 수업 시간에 많이 배워갈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요. 저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교수가 학생을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학생들을 위해서 시간도 많이 쓰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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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처음 만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생들을 대하시는지 궁금해요.


신규 고객. 아니 진짜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이 학교의 클라이언트예요.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잖아요. 그게 제 월급으로 오니까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저는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죠.


티칭(강의)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강의를 이렇게 많이 했어도 저는 첫 시간이 아직도 제일 긴장되고 떨려요. 요즘은 학장 일 때문에 바빠서 잘 못하지만, 예전에는 개강 전에 학생들 정보를 다 받아서 공부하고 갔었어요. 그걸 이제 수업 시간에 쓰는 거죠. 수업에서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그거랑 제일 적합한 학생에게 질문하든지, 발표를 시키든지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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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과 관계없이 개설하시고 싶은 수업이 있다면?


소수의 학생들을 데리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그 나라의 문화, 사회, 경제 등을 체험하고 교류하면서 직접 세계화를 경험하는 수업. 예를 들면 미국 학교 한 5개 잡아서 한 학교에 일주일씩 방문하는 거죠.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거기 가서 수업도 한번 들어보고, 특강 같은 것도 듣고, 거기 있는 학생들하고 만나서 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는 거죠. 좀 쉬다가 박물관도 가고, 대자연도 보고, 국립공원도 가고 그렇게 한 두 달 정도 돌면 그거 얼마나 좋겠어요. 유럽 두 달 돌고, 미국 두 달 돌고 하면 딱 좋죠. 학생 한 10명? 10명도 좀 많다. 미니밴에 들어갈 거니까 한 6명? 6명 데리고 그렇게 하면 그거 진짜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현실적으로는 너무 비싸서 못하죠. 그걸 하려면 한 사람한테 천만 원씩은 받아야 할 거예요. (웃음)


만약 모든 여건이 다 맞춰져서 수업이 개설된다면, 그 수업에서 학생들이 뭘 배우길 바라세요?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깨닫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요즘은 해외여행 가 본 학생들도 많지만, 여건이 안 돼서 못 가 본 학생들도 많잖아요. 그냥 관광이 아니고, 직접 만나서 그쪽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놀고,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렇게 다른 문화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경제학 같은 경우는 IMF나 World Bank 같은 데 가서 실제로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한 번씩 보고, 월 스트리트도 한번 가서 investment banker(투자은행가)가 하루에 12시간 동안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직접 보는, 그런 것들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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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으로서 교수님의 목표가 있나요?


글쎄. 그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돈은 있을 만큼 있으니까 별로 필요 없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나? 일단은 행복해야겠죠? 이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평소에 생각할 기회가 없었는데.


많은 것을 이루신 교수님께서도 ‘글쎄’라는 답변을 하신 게 오히려 위안이 되네요.


그렇죠. ‘여기까지 이루고 죽겠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 많이 없어요. 이게 사람이라는 게, 다 채워지면 안 되거든요.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인생의 목표가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항상 덜 채워지게 만들어야죠. 내가 다 채워졌다 싶으면 이 그릇을 조금 더 크게 만들어야죠. 그렇게 항상 덜 채워진 상태에서 평생 가야 평생 재미있게 인생을 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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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해서 첫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졸업하라는 말. 졸업하기 전에 즐길 거 다 즐기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말이요.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그리고 또 제가 학생들한테 해줬던 말이 있어요. 대학교 4년 동안에 여러분이 해야 할 거는, 먼저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정하는 게 필요해요. 그다음에는 그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데 그걸 할 수가 없으면 그게 제일 마음 아픈 일이잖아요. 대학교 4년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갭(gap)을 줄여나가는 과정이에요. 처음부터 그 갭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졸업하기 전에 맞추면 그게 대박인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학생이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하면 저는 좋아하는 걸 찾기보다는 거꾸로 지워보라고 해요. 빈 종이에 자기가 아는 직업을 모조리 다 쓰고 난 뒤에, 거기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워나가는 거예요. 다 지우고 남은 것 중에서 열심히 고민해 보면 답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인터뷰어 솔솔, 수수 / 포토그래퍼 림

2025.03.25. 김성현 교수님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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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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