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백지, 림 / 포토그래퍼 영랑
* 준현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조금 웃기긴 한데, 저는 무색의 인간이거든요.
입학하기 전까지는 줄곧 제가 색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며, 생각보다 무색의 인간이란 걸 깨달았죠. 저 자신이 상황에 맞추어 변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조금 안 좋게 말하면 재미가 없는 사람인데, 좋게 말하면 다 받아주는 사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죠.
학업적인 측면에서 예를 들자면 다른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명확해서 혼자 논문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정말 재밌어하더라고요. 반면 저는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도 ‘아 그렇구나’ 정도지 크게 흥미가 생기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정말 색깔이 없구나’ 싶기도 했고, 뭔가 좋아하긴 하는데 그 좋아함의 정도가 남들보다 크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이건 생활면에서도 비슷한데, 뭔가 대단한 열정이나 뚜렷한 호불호가 없어요. 제가 먼저 “이거 먹으러 가자!”라고 제안하는 일도 별로 없고, 다른 친구들이 무언가를 제안했을 때 딱히 싫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늘 스며들었어요.
초중고 때는 제가 성격이 세고 취향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건 당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주관이 뚜렷했기 때문이었더라고요.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저는 그렇게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전부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대학에 가서 뭘 하고 싶기보다는 그저 친구들이 설정한 목표에 저도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마찬가지로 대학에 와서도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는 공모전에 나가는 등 열심히 사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관을 들려주더라고요. 그렇게 그들의 여정에 조금씩 동참하다 보니 어느새 2학년이 되었네요. (웃음)
준현 님은 마치 흰 도화지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그 위에 칠해진 물감이 궁금합니다. 준현 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집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 몇 가지 로망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20대 시절을 충격적인 낭만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어요. 장작불 옆에서 기타를 치며 친구들과 노래하는 장면처럼, 서툴지만 마음을 뒤흔드는 순간들을 나중에 아빠가 되어서 아들에게 “아빠 이랬어”, “그때 참 재밌었지”라며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순간들이 LC에서 자주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저희 LC에는 01년생부터 06년생까지 정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각기 다른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제 시야도 넓어졌어요. 앞서 말했듯이 그 과정에서 많은 추억이 쌓였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LC는 제 20대 초반이 가장 먼저 스며든, 그리고 정서적으로 저를 지탱해 준 시작점이었어요.
LC를 포함하여, 대학교에 와서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잖아요. 관계에 대한 준현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작년 초반, 그러니까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정말 많은 사람을 접하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고등학교까지는 한 번 묶이면 쭉 친했기 때문에, 대학교에서도 당연히 그럴 줄 알고 모두와 친해지려고 했거든요. 근데 다 스쳐 가는 거예요. 꽤 오랫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죠.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니 지쳐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당시 알고 지내던 선배가 해주신 조언 덕분에, 지금은 관계에 대해 조금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누군가는 그저 지나가겠지만, 또 누군가는 다가오겠죠. 그러니까 초반에는 너무 꽉 붙잡지 않고, 잔잔하게 지내도 된다고 생각해요.
관계에서의 잔잔함은 결국 나에 대한 집중으로 이어지죠. 다시 돌아와서, 준현 님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민도 많아지고 다들 힘들어하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가, 앞으로 3, 4학년이 되었을 때 흔들리게 될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 갖고 있는 밝은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루의 끝에서 혼자 집으로 향할 때 ‘오늘 참 좋았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서요. 다들 누군가를 웃기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웃음)
또 한편으로는, 저를 찾고 싶어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저에 대해 많이 곱씹어본 것 같아요. 마치 영화의 신(scene)을 돌려 보듯이, 과거를 장면 단위로 쪼개 제가 공통으로 느꼈던 감정들을 살펴요. 그 과정에서, 종종 제 삶을 관통하는 행동을 발견하기도 한답니다.
순간이 지속을 이루는 것이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만의 길라잡이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AI나 롤 모델이 될 수도 있겠죠. (웃음) 제가 또 따라가는 거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인터뷰어 백지, 림 / 포토그래퍼 영랑
2025. 4. 17. 준현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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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